[시인의 詩 읽기] 이번 생에는 뭘 좋아하다 떠날 건지요

관리자 2023. 11. 10.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삶이 아름답다면 우리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페이지가 있기에 우리는 좀더 애쓰면서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생을 아름답게 견인하는 일에 비중을 두는 것이 '나이 듦'의 과정이라 하겠지요.

물론 우리 인생에 감히 숫자를 붙여 점수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삶이 아름답다면 우리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페이지가 있기에 우리는 좀더 애쓰면서 살고 있거든요. 아이였을 때는 모르던 죽음이라는 개념은 아이였던 시절을 벗어나 나이 들수록 점점 선명해집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생을 아름답게 견인하는 일에 비중을 두는 것이 ‘나이 듦’의 과정이라 하겠지요.

조은 시인이 묻습니다. 내 삶이 다해 눈을 감기 직전에 무엇이 떠오를까요.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아련히 떠올린다면 그래도 그 인생은 성공한 축에 들 겁니다. 그저 회한으로 목이 메고 아무 상념 없이 죽음 앞에서 슬프기만 하다면 그 인생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우리 인생에 감히 숫자를 붙여 점수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요.

스무살 무렵 작가 지망생들로 우글거리던 학교 앞 카페에서 돌아가며 한마디씩을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죽게 되면 묘비명에 뭐라 적을 것인가가 주제였습니다. 죽음이 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옆자리 친구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답니다.

멀리 여행을 다니다보면 좋아하는 작가나 화가·음악가의 묘지를 만나게 됩니다. 평소 그들은 뭘 좋아했을까 생각하면서 꽃 한송이나 담배·조개껍데기나 연필 같은 것을 슬쩍 무덤가에 두고 온 적이 있습니다. 무덤 앞에서 죽은 이가 생전 좋아했던 것을 떠올려보는 건 살아 있는 자의 소극적인 인사이자 그립다는 마음의 표현일 겁니다.

이번 생에서 좋아하는 것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것에서는 향이 나는 법이지요. 우리가 죽더라도 그 향기가 이 세상 한구석에라도 조금이나마 남아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병률 시인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