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모동작은도서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동면은 경북 상주시 서남쪽에 위치한 인구 2500여명의 작은 지역이다.
바로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모동작은도서관이다.
모동작은도서관은 마을의 역할이었던 아이 돌봄을 새로운 공동체의 힘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모동작은도서관은 아이들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역 전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동면은 경북 상주시 서남쪽에 위치한 인구 2500여명의 작은 지역이다. 포도와 백화산으로 유명한 모동면에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모동작은도서관이다.
면 단위로는 드물게 모동면에는 두곳의 초등학교가 있고 중·고등학교도 한곳씩 있다. 전체 학생수는 180명 정도 된다. 아이들은 많지만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은 드물다. 지역아동센터도 없고 학교 도서관을 빼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다. 모동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아이들이 면사무소 앞이나 농협 앞에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무료 와이파이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앞에서 컵라면을 사 먹으며 휴대전화를 가지고 노는 것이 모동면 아이들의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이 힘을 모았다. 2015년 봄 모동보건소의 이전 소식을 듣고 남은 건물을 지역아이들을 위한 교육·문화 시설로 활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15년 8월 모동면 주민 10여명은 모동작은도서관 설립을 위한 첫 모임을 갖고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료실과 약제실은 벽을 허물어 열람실과 다목적실로, 환자 대기 공간은 서가로, 보건지소장의 주거 공간은 작은 모임방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2016년 3월 모동작은도서관이 개관했다.
모동작은도서관이 생긴 이후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무료 와이파이에 연결해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기도 하지만, 이제는 책도 읽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선생님은 마을 주민들이다. 역사 논술, 수학의 신, 독서 논술, 종이접기 교실, 건강 강좌, 목공 체험, 피아노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의 참여와 재능 덕분이었다. 프로그램 운영 계획에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빼곡히 채워졌다. 이들은 서로 일정을 조율하며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활동한다.
2020년 모동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마을돌봄으로 확대됐다. 도서관 운영에서 아이 돌봄 역할이 부족해 아쉬웠다. 많은 부모가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원했다. 돌봄 시설이 없고 농번기에 늦게까지 일하는 농촌의 특성상 이는 당연한 수요였다. 지역아동센터를 모동면에 유치하려는 노력이 무산되자 모동작은도서관에서 직접 돌봄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마을 엄마·언니·아저씨가 선생님이 되고, 마을과 지역이 교육의 장이 되고, 마을의 이야기가 교육의 내용이 되는 마을 돌봄학교’라는 모토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을교사를 맡아 농번기에 부모들이 데리러 올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농촌 인구감소에 따라 많은 마을과 공동체가 사라질 위기다. 마을과 공동체의 붕괴는 전통적으로 마을이 담당해온 여러 사회적 기능이 함께 사라짐을 의미한다. 모동작은도서관은 마을의 역할이었던 아이 돌봄을 새로운 공동체의 힘으로 되살리려는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모동작은도서관은 아이들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역 전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서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구심점은 아이들이었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들이 작은도서관으로 모였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서로를 알게 됐고 신뢰가 쌓이게 됐다. 신뢰가 바탕이 된 새로운 공동체는 돌봄학교, 마을 축제, 공유부엌, 마을 공방 등 다른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공동체는 힘이 약하지 않고,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채종현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