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난해 천연가스 수입량 한국만 늘어...에너지공기업 밑지고 장사한 결과
가격 폭등에 중국‧일본‧독일은 수입량 감소
에너지 요금 결정에 정치 개입 못하게 제도로 막아야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주요 나라들의 천연가스 수입 물량이 줄었지만 한국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독 우리나라만 가스 가격을 싸게 유지해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원가보다 낮게 요금을 결정해 공기업들은 전기‧가스를 팔수록 적자가 쌓였고 판매량까지 늘어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전기‧가스 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이 개입하는 일을 막기 위한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무역협회가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 일본, 중국, 독일의 천연가스 수입 물량을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3개국 모두 2022년 수입 물량이 2021년보다 줄었다.
나라별로 보면 일본은 2021년 7,431만 톤에서 2022년 7,199만 톤으로 3%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7만9,930톤에서 6만3,810톤으로 20%가량 줄었다. 독일은 1억1,777만 톤에서 5,973만 톤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러나 한국은 2021년 4,593만 톤에서 2022년 4,694만 톤으로 되레 늘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평소보다 세 배 이상 치솟았지만 한국만 수입 물량이 증가한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①요금이 싸서 국민과 기업이 가스를 많이 썼다.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메가줄(MJ)당 가스 요금은 2021년 16.2원에서 22.2원으로 3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독일은 23.4원에서 83.7원으로 네 배 이상 올렸다. 일본의 가스 요금은 전쟁 전인 2021년 이미 41.4원이었다. 한국의 가스 요금이 싼 데다 지난해 오름 폭도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판매량은 2021년 1,933만 톤에서 2022년 1,983만 톤으로 2.6%가량 늘었다. 국내 가정과 기업이 쓴 가스가 이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가스를 밑지고 팔았던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0년 1조2,100억 원에서 지난해 12조200억 원까지 불었다.
난방비 폭탄 논란 후 올해 한국도 수입량 감소
정부 에너지 정책 때문에 생긴 '자연 증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발전원 중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은 2001년 25.3%에서 올해 35.9%로 늘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석탄 발전이 30%를 차지했는데 탄소 배출 감축이 중요해지면서 석탄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LNG 발전을 늘린 결과다. 가스공사의 발전용 가스 판매량은 2021년 1,758만 톤에서 지난해 1,856만 톤으로 5.6%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 꾸준히 석탄 비중이 작고 LNG 발전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초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LNG 비중은 44.7%까지 는다. 반대로 석탄 발전 비중은 올해 32.8%에서 2036년 18.5%로 준다.
에너지 요금 인상 후 절약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요금을 조금 올렸지만 올해 초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은 가정과 기업은 가스 사용량을 줄였다. 2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6% 줄었다. 천연가스 수입에도 영향을 미쳐 1~8월 우리나라의 가스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2.3%가량 줄었다. 그러나 정부는 8일 "국민 부담"을 이유로 올겨울 가스 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요금을 올렸음에도 가스공사의 원가 보상률은 7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입김이 에너지 요금을 정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가스 요금이 정치로 결정되는 게 우리의 비극"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에너지 공기업의 독점을 감시할 정보와 기능을 갖춘 별도 기관이 요금을 결정하고 독립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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