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분노와 복수의 집단적 정당화가 빚은 범죄들

11.10 타링 & 페더링

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 병사들과 관계를 맺은 여성들에게 삭발 등으로 모욕형을 가하는 일이 빈발했다. 드골 정부는 국민 결속을 위해 사적 응징을 방관했다. 게티이미지

2차 세계대전 나치 치하에서 독일군에게 협력한 프랑스 여성들이 시민들에 의해 강제 삭발당한 채 거리를 끌려 다니는 사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모욕-수치를 가하는 저 사형(私刑)은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타링-페더링(Tarring-Feathering)’이 순화된 형식이었다.

타링-페더링은 범죄자나 반사회적 행위를 범한 이들의 상의 또는 상하의를 벗긴 뒤 녹인 타르(Tarr)를 머리에 붓고 몸 전체에 베갯속 깃털(feather)을 날려 붙여 굳을 때까지 공공장소에 세워 두고 모욕하던 전통적인 처벌. 굳은 타르와 깃털을 떼어내려면 머리는 삭발을 해야 했고 피부도 예사로 벗겨졌다. 그 흉터는 조선시대 도둑의 이마 등에 문신을 새기던 자자형(刺字刑)처럼, 수치의 낙인으로 거의 평생 지녀야 했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타링-페더링은 1189년 십자군 원정대를 이끈 영국 사자왕 리처드 1세가 군율을 어기고 도둑질을 한 병사에게 가한 처벌 법규로 알려져 있다. 이후 성적 문란 등 종교적 타락 행위를 저지른 여성들에게 저 처벌이 내려졌고 청교도들에 의해 미국으로 전해져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옛 몰몬교) 창시자 조셉 스미스가 1832년 저 처벌을 당했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 노예 등에게도 유사한 행위를 자행했다.

타링-페더링이 가장 오래 자행된 지역은 잉글랜드와의 정치적-민족적 갈등으로 가톨릭 종교 정체성이 비대하게 부각됐던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였다. 피해자는 대부분 영국군 또는 왕립얼스터경찰대(RUC) 남성과 연애하거나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된 여성들이었다. 1971년 11월 10일 영국 군인과 약혼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19세 소녀는 런던데리의 한 가로등에 묶여 타링-페더링 당한 뒤 살해당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한편 2차 대전 전후 드골 정부는 국민적 결속을 다지는 한 방편으로 시민들에 의한 타링-페더링을 사실상 방관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