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호 "섭외가 제일 중요…백시연 세달 기다려"[일문일답]
독특한 매력 없으면 눈에 띄기 어려운 게 현실
방주호 "'그냥 웃기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배우 캐스팅이다"
점쳐둔 배우 위해 콘텐츠 짜 놓고 석 달 기다려
[서울=뉴시스]김찬호 리포터= 스케치 코미디는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 1일부터 8일 튜브가이드의 코미디 채널 1위부터 10위까지의 주간 조회수를 합산한 결과 1억718만회로 집계됐다.
스케치 코미디의 인기가 뜨거운 만큼, 채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튜브가이드의 코미디 채널 누적 구독자 수 순위를 집계한 결과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9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유튜브의 스케치 코미디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이 없으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냥 웃기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그인 것 같아요. 다른 어그로(자극적인 것으로 관심을 끄는 일) 없이 개그로만 승부하는 게 제 채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약 3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케치 코미디 채널 '하이픽션'의 방주호(29)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력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방주호는 KBS 31기 공채 개그맨 출신 유튜버다. 그는 현재 사람들이 사실만을 말하는 모습을 상상한 '거짓말 없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위계질서 문화를 풍자한 '똥군기', 조폭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그린 '조폭 여친' 등의 시리즈물을 연재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는 그는 콘텐츠 영감의 출처에 대해 "웹툰이나 영화를 많이 보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캐스팅(섭외)이다. 배우와 배역이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며 "안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먼저 캐스팅을 다 하고 장소까지 정해야 시작한다. 저는 주변이 완벽해져야 잘 나오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폭 여친' 콘텐츠도 배우 백시연님한테 처음 연락했었는데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해서 세 달을 기다렸다"며 "그래서 이 콘텐츠를 짜 놓고도 세 달을 기다렸다가 찍었다"고 덧붙였다.
방주호가 배우 섭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픽션' 채널의 콘텐츠에는 매 편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렇게 많은 배우를 섭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끈질긴 노력이 담겨 있다.
방주호는 자신만의 배우 섭외 비결에 대해 "계속 섭외를 요청하는 거다. '까여도 괜찮으니까 최대한 많이 시도해 보자'는 마인드로 여기저기 다 넣는 편이다"며 "또 게스트분께서 흔쾌히 출연해 주시면 저희가 극진 대우를 해드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방주호와의 일문일답
"나는 kbs 31기 공채 개그맨 방주호이고, 현재 하이 픽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을 하고 있다."
-원래 꿈이 개그맨이었는가.
"예전부터 항상 개그맨을 꿈꿨었다. 학창 시절부터 남들 웃기는 게 좋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웃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9살부터 본격적으로 개그맨의 준비를 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연기 학원에서 희극 연기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지원했던 대부분의 대학교는 떨어졌고, 동아방송대의 예능 전공의 개그 특기로 들어가게 됐다."
-처음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개그콘서트를 하면서 (공개 코미디 자체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느꼈다. 이때 공개 코미디가 죽어가고 있는 걸 눈에 보이는데 '내가 여기에 목을 매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개그 짜고 연기하고 사람 웃기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개그의 연장선 느낌으로 좀 더 빨리 유튜브를 시작을 했던 것 같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깨방정'이라는 채널로 거의 1등으로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유튜브 채널 2~3개 더 했었다. '이별 남녀'라든가 '따뜻한 남자들', 제가 94년생이라 '구사일생'이라는 것도 했었다. 이 세 개를 다 실패하고 '숏박스' 선배님들을 보고 스케치 코미디 채널인 '하이픽션'을 시작하게 됐다."
-당시 도전하던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었는가.
"'구사일생'이라는 콘텐츠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빠져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 내가 장사하는 과정을 뭐든 다 찍어서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을 했던 거였다. '따뜻한 남자들'은 '얼굴 공개를 안 하고 따뜻한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더빙으로 약간 재밌게 웃음을 주려 했다. 그래서 홍대에서 담배꽁초 줍고 했었다. 남들과는 다른 걸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다."
-개콘에 출연할 때와 영상 코미디 채널을 운영 중인 지금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등)
"확실히 있다. 더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개그맨일 때는 정말 아무도 몰랐고 그냥 무명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고 가끔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또 더 자유롭게 눈치 안 보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콘텐츠) 검증을 바로 사람들한테 받을 수 있기에 내 개그를 다른 사람의 평가 과정 같은 걸 안 거쳐서 할 수 있다. 그냥 다이렉트로 사람들이 재미없어하면 바로 '이거 안 웃기구나'하고 빼고 더 재밌는 걸 찾게 된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안정화됐다. 사실 많은 분이 개그콘서트에 데뷔했다 하면 성공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저는 캐릭터도 없었기 때문에 행사 같은 것을 아무것도 못 했다. 무시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유튜브를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가 있는가.
"목표를 따로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하나 있었다. '이거 안 되면 나 그냥 (개그) 그만둬야겠다. 그냥 뭐라도 조금이라도 빨리해야겠다'는 다짐은 있었던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목표 구독자 수는 50만명이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다행히도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못 모르고 시작하니까 두려울 게 없기도 했다. 그냥 '뭐라도 올리자'라는 마인드였다."
-처음에는 혼자서 다 했던 건가.
"처음에는 사람들을 보는 눈의 기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했기에, 전 재산을 털어서 카메라 한 대와 조명 같은 걸 샀다. 그런데 (평소) 카메라를 만져보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주변에 이제 친했던 형한테 부탁하며 시작했다."
-편집도 원래 할 줄 알았는가.
"편집은 개그맨 중에 이상은 선배가 있는데 그분이 하는 걸 뒤에서 보면서 배웠다. 별거 없었다. 편집의 경우 기술이 들어가면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만, 저희같이 코미디 채널에서는 음악 넣고 호흡 자르고 이 정도만 하면 충분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이제는 따로 촬영팀이나 편집팀이 있어서 맡고 있진 않다."
-편집에도 특유의 감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모든 개그맨은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일반인분들 중에서도 보면 '대박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분들도 많다. 편집은 진짜 많이 하고, 보면 볼수록 느는 것 같다."
-영상을 만드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어떤 것인가.
"대본 짜는 거다. 노트북을 열고 한글 프로그램을 켰을 때, 그 백지 화면이 무서울 정도다. '백지를 까만 글씨로 가득 채워야 하는데, 뭘 쓰지'라는 생각이 들 때 가끔 두렵다. 지금은 또 같이하는 친구가 있어 대본 짜고 하니까 너무 행복하다."
-유튜브를 하면서 기뻤던 순간이나 힘들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기뻤던 순간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다. 내가 꿈에 그리던 개콘을 밟고서도 못 누려봤던 그런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무서웠던 점은 댓글이다. 사실 저도 신경을 안 쓴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면 조금이라도 신경이 쓰인다. 그런 거 보면서 '진짜 더 유명한 연예인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픽션' 채널의 매력을 꼽자면.
"'그냥 웃기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그인 것 같아요. 다른 어그로 없이 개그로만 승부하는 게 제 채널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성격은 어떤 편인가. 영상에서와 차이가 있나.
"영상과 똑같다. 저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진짜 평소 하던 대로 할 뿐이다. 일상 그 자체다. 내가 좀 건들거리고 바른 이미지는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알고 보면 진국이다. 주변에서는 개그맨 김준호 선생님을 좀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 행동이나 뭐 이런 것들에서 좀 귀찮니즘이 많고 하지만, 할 땐 하는 성격이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 시리즈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짓 없는 세상'이든 '조폭 여친'이든 '똥군기'든 아이템을 하나 선정을 해서 회의를 한다. 그리고 회의를 할 때 캐스팅을 먼저 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게 캐스팅이다. 배우와 배역이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안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먼저 캐스팅을 다 하고 장소까지 정해야 시작한다. 저는 주변이 완벽해져야 잘 나오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조폭 여친' 콘텐츠도 박시연 배우님한테 처음 연락했었는데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해서 세 달을 기다렸다. 그래서 이 콘텐츠를 짜 놓고도 세 달을 기다렸다가 찍었다."
-콘텐츠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웹툰이나 영화를 많이 보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똥군기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탄생한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똥군기'는 '킥서비스' 채널 진하형의 공채 코너였다. 그런데 이걸 저희가 가져온 게 아니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얻게 된 게 겹친 거였다. 그래서 진하형한테 허락을 구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하는데, 섭외 비결이 따로 있는가.
"계속 섭외를 요청하는 거다. '까여도 괜찮으니까 최대한 많이 시도해 보자'는 마인드로 여기저기 다 넣는 편이다. 또 게스트분께서 흔쾌히 출연해 주시면 저희가 극진 대우를 해드리기도 한다."
-곧 있으면 방영 시작하는 개콘2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유튜브 활동도 병행하게 되는가.
"아니다. 개그콘서트에는 영상으로만 등장한다."
-도전해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가.
"하나 있다. 지금 짜고 있는데 '꽃거지'라는 콘텐츠다. 나랑 같이 일하는 친구 중에 잘생긴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를 좀 띄워주고 싶다. 허경환 선배의 '꽃거지'를 떠올리실 수 있는데, 똑같지는 않을 거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항상 다른 걸 추구하고 나름 고민을 많이 해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기 때문에 재밌는 걸 한번 짜보려고 한다."
"사실 내가 잘되고 싶긴 하지만, 욕심이 많이 없고, 유명해지고는 싶지만 급하게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내 채널의 섬네일을 보면 내가 별로 없는 걸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영상을 우선순위로 하기 때문이다. 영상이 재밌어야 한다. 만약 나 역시도 '이 역할에 안 어울리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빠지는 편이다."
-향후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일단 구독자 50만명이다. 또 '피식대학' 선배들이나 '핫소스'를 보면, 사람들이 채널 자체 콘텐츠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캐릭터이고, 채널이 되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떠올리면 제 채널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키우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항상 재밌는 영상으로 보답하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해서 어깨가 많이 무겁기도 하다. 그렇지만 항상 더 재밌는 걸 보여줘야 된다는 그런 압박감을 이겨내 볼 테니까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좋아요'와 '구독', '알람 설정'. 구독자 여러분은 그것만 해주시면 된다."
◎튜브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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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리포터(yoshi1207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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