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에 항의 좀 해주세요" [우보세]

김희정 기자 2023. 11. 10.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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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간 과부하로 시스템이 자주 다운됐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7일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면 교체했다.

"경력 단절이 코 앞이다." 그런데 일시 연계를 신청하려면 예치금을 '미리' 충전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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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이돌봄서비스 홈페이지의 1:1 문의글
"제발 여성가족부에 항의 좀 해주세요."

서울 A구 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100여명의 아이돌보미 급여를 엑셀로 수기 정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9월초 아이돌봄서비스 시스템이 개편된 이후 시스템이 먹통 되거나 오류가 비재해 꼬박 두 달간 돌보미 급여를 수기로 정산했다. 주유수당과 유급 휴일을 수기로 계산하다 보니 급여가 잘못 지급된 경우도 비일비재. 이 관계자는 "시스템은 여가부 소관이라 우린 위만 바라볼 뿐"이라며 "여가부에 항의해달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초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플랫폼을 2025년까지 3년간 구축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간 과부하로 시스템이 자주 다운됐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7일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면 교체했다. 하지만 시스템 교체로 각 돌봄서비스 센터마다 비상이 걸렸다. 9~10월 두 달에 걸쳐 전국 아이돌보미들의 급여가 일일이 수기로 정산됐다. 신규 돌보미를 양성하거나 신규 매칭하기는커녕 항의 전화와 문의에 응대하기도 버거웠을 터.

엄마들의 항의도 그만큼 빗발쳤다. 사전 공지는 있었으나, 시스템 전환으로 이용자도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돌봄서비스 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전국의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는 공식적으로 중단된 것과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AI(인공지능) 자동배정과 서비스제공기관(자치구 가족센터) 배정 요청 등 엄마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하지만 개편 후 AI 알림 메시지가 공지되지 않거나, 돌봄서비스 신청 가정 리스트가 돌보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오류가 잦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아이돌봄분과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아이돌봄 국가책임 실현을 위한 광역지원센터 직접운영 및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정부는 아이돌봄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아이돌보미의 정규직화를 반영한 광역지원센터 운영을 시행하라"고 밝혔다. 2021.6.9/뉴스1

사실 AI나 개별센터 어느 쪽에 요청하든 돌보미 연계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A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우리 구에만 대기자가 70여명이 넘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새로 채용된 돌보미는 1~2명"이라며 "대기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추가 돌봄이 가능한 돌보미는 없으니 급하면 사설 서비스를 이용하란 얘기다. AI 모델이 실제 있다 해도 AI가 매칭할 모집단(돌보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돌봄가정의 상황이 긴급하다면 돌보미 연계가 더 수월할까. 사실 애 키우는 엄마들의 사정은 모두 긴급하다. 긴급하니 일시연계를 찾는데 누가 더 긴급한지 대기순번만으론 알 수 없다. 센터로 전화해 긴급한 사정을 알렸다. "경력 단절이 코 앞이다." 그런데 일시 연계를 신청하려면 예치금을 '미리' 충전해야 한단다.

이 예치금 충전에만 3거래일이 걸렸다. AI 매칭을 한다면서 결제에 3거래일이 걸린다니. 코미디가 아닌 실화다. 모든 정부서비스의 결제는 신용카드사와 바로 이뤄지지 않고 사회보장정보원을 거쳐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부하가 많이 걸린단다. 여가부 관계자는 "충전 시간을 줄일 방법은 없다"며 "돌봄페이를 이용해서 대신 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돌봄서비스 신청 화면 어디에도 돌봄페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여가부는 돌보미 월급 정산 프로그램이 이달부터 정상화됐고 돌봄신청 공지 화면이 보이지 않는 등의 오류도 대부분 잡아냈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 시간당 돌보미 급여를 5% 올리고 돌보미 교육도 내일배움카드로 지원해 채용 인원을 늘리겠다 했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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