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비례대표 의무화, 여야가 진지하게 논의해보길

조선일보 2023. 11. 10. 03: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권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지역구 일부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우세 지역을 청년들만 경쟁해 공천받는 특별지역구로 선정하자고 했다. 혁신위는 “미래 세대를 생각할 때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전 정부 기구 및 지자체 모든 위원회에 청년 위원의 일정 비율 참여 의무화 및 확대를 권고한다”고도 했다. 이 제안은 국민의힘이 고루한 이미지로 내년 총선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제안을 여당은 물론 정부, 나아가 여야 모두 진지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30대 정치인이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고령의 정치인도 많아 노장청의 조화가 자연스레 이뤄진다. 이렇게 돼야 정치가 국민 전체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30~40대 정치인은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실정이다. 정당과 국회가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동성과 참신성, 미래를 위한 정책 개발에도 문제가 컸다.

2020년 21대 국회가 시작될 때 평균 연령은 54.9세였다. 국회의원 300명 중 50대가 59%(177명)로 가장 많았으며 60대가 23%(69명)를 차지했다. 30대, 40대는 각각 3.7%(11명), 12.7%(38명)에 불과했다. 21대 총선 당시 유권자가 50대 19.7%, 40대 19%, 30대 15.9%였던 것을 고려하면, 30~40대 목소리를 대변할 의원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앞으로 청년 의원이 늘어나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정쟁화된 ‘최악의 국회’에도 새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다만 현행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은 2000년부터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 후보자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여성 정치인은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으나 ‘실력 없는 여성의 등용문이 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해 본지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에 찬성하는 국민은 19.8%에 불과하고 반대가 46%였다. 청년 비례대표 의무화도 잘못 운영되면, 자칫 나이만 젊고 행태는 기성 정치인을 뺨치는 정치꾼들을 양산할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