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우선주의’의 부활을 경계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2023. 11. 10.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공화당 ‘프리덤 코커스’ 동맹국 비용 분담 관련 법안 발의… 트럼프 이래 동맹 정신 계속 훼손
유라시아주의·일대일로 등은 러·중이 그 틈새 파고든 것
한미 동맹은 미국에도 이익… 동맹을 돈으로만 생각한다면 미 지도력 몰락 부메랑 될 것

최근 알렉산더 무니(Alexander Mooney) 하원 의원을 비롯한 미 공화당 내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Burden-sharing)’ 기여에 대한 보고서를 매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일본·호주·NATO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겨냥한 이 법안은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는 것인데, 이런 움직임이 상호(Mutual)방위조약에 기초한 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스콧 페리 프리덤 코커스 의장과 맷 게츠 코커스 의원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공화당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동맹국들을 외교·안보적 관점보다 금전적 문제로 판단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적절한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는다고 자주 불평했다. 2019년 1월 미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NATO 탈퇴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8월에는 “동맹국들이 적보다 우리를 훨씬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고, 2020년·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동맹국들이 미국에 “수년간 바가지를 씌워왔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 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장군은 트럼프 대통령을 “종잡을 수 없고(random), 충동적이며(impulsive), 사려 깊지 못하다(unthoughtful)”고 평가했다.

미국은 자기 이익을 가치(value)의 형태로 표방해 왔는데, 이러한 가치 의식이 일방주의와 결합되면 자기만 옳고 정의롭다는 독단에 빠지며 협력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오늘날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동맹국들이 비용 분담을 하지 않고 미국에 의존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동맹국들에 확신을 주지 못해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은 NATO 동맹국들과 중동,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였다.

미국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미국에 대한 신뢰 약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추긴 것은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에 확신을 주었다면 지역 주요 거점에 미국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反접근/지역 거부 전략(Anti-access/Area Denial·A2AD)을 중국이 계속 추진할 수 있을까? 만약 트럼프 대통령 임기에 한미 동맹이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면 김정은이 한미 연합 훈련 철폐를 외치며 동맹을 이간하고 핵전력을 고도화하려는 야망을 계속 품을 수 있었을까?

한미 동맹은 이미 2010년대부터 지역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금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회의를 통해 발표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에도 잘 나타나 있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50억달러(약 6조)로 다섯 배나 올리라고 주장하자, 존 햄리 CSIS소장은 “주한 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mercenary)이 아니다”라고 하고, “주한 미군은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US troops serve the purpose of defending the US)”고 주장했다.

2016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국이 충분히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미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는 “100%면 어떠냐?”고 반박했는데, 이는 한미 동맹이 미국의 이익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당시 한미 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과 재한 미국인의 보호를 위해 THAAD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여 한국에 무역 보복을 가했고, 한국은 이로 인해 문화 및 관광 산업에서만 21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한국이 사드 보복으로 본 21조원의 피해는 2023년 방위비 분담금 1조 938억원의 20배에 달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8%로 일본의 1.1%보다 2배 이상 높고,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인 영국의 2.2%, 프랑스의 1.9% 독일의 1.2%보다 훨씬 높다. 1991년 한미 간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이 시작된 이래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은 1.5억달러(1991년)에서 2023년 약 8억달러 이상으로 대폭 상승했는데, 이는 우리의 경제성장이 방위비 분담액에 이미 반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 동맹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한국 그리고 미국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와 민간은 함께 한미 동맹 내에서 한국의 기여를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이를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 워싱턴의 정책 서클, 그리고 미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부 간 대화, 국제회의, 공공 외교 등을 통해 소통을 늘려야 한다. 미국 사회 역시 동맹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편협한 접근이 미국 지도력의 몰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