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득한 폐공장, 매력 철철 인천 명소로
지난 1일 오후 인천시 서구 가좌동 H빔으로 놓여진 계단 뒤로 커다란 커피색 건물. ‘COSMO40′이라고 적힌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군데군데 사람들은 커피와 빵을 즐기는데 주변은 온통 공사장. 벽면은 녹슬어 있고, 천장엔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대형 크레인이 보였다. 고객 이한솔(32)씨는 “낡은 공장이 매력적이고 신선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공연기획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가끔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운영을 중단한 폐 공장이나 옛 창고 건물이 인천의 문화 명소로 바뀌고 있다. 카페에서부터 베이커리, 전시관, 공연장, 창작 공간,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가 되기도 한다.
‘코스모40′은 2018년 문을 열었다. 1970년대부터 코스모화학이라는 화학공장이 있던 곳이다. 2016년 회사가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건물만 남았다. 13대째 가좌동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 심기보(43)씨와 이 동네에서 커피 사업을 하던 성훈식(38)씨가 폐공장을 사들여 베이커리 카페와 문화 공간으로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00여㎡ 부지에 지상 4층, 연면적 3000㎡ 규모로 기존 공장 뼈대는 최대한 살렸다. 1~2층은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3~4층은 베이커리 카페로 꾸몄다. 문화 공간에선 각종 전시와 공연이 연 50여 차례 열린다. 인천시민 문화 행사도 연 3~4차례씩 열린다. 월평균 4300여 명, 1년 5만2000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코스모40 관계자는 “기능을 다한 공장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지역 정체성이 담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해 보자는 뜻에서 출발했다”며 “국내 최고의 민간 복합문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인천 중구 인천항 주변에 있는 ‘인천 아트플랫폼’은 옛 창고 건물들을 활용해 문화 공간으로 만든 사례다. 2009년 인천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230억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6600여㎡ 부지에 13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이곳은 1888년 일본의 조계(租界·개항 도시에 조성된 외국인 근거지)였던 곳이다. 일본우선주식회사와 삼우인쇄소, 금마차다방 등이 있었다. 인천시는 건물의 원형을 보존한 채 전시장과 공연장, 예술인 레지던시, 창작 공간 등으로 꾸몄다.
올해 전시회와 공연 등 시설 대관은 지난 9월 이미 마감됐다. 연간 50여 차례 진행된다. 특히 도깨비, 드림하이 등 유명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유명해졌다. 인천아트플랫폼 관계자는 “슬럼화됐던 지역이 연 10만명이 찾는 곳이 됐다”며 “정부나 다른 지자체 등 벤치마킹을 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 아트플랫폼 인근 중구 북성동 내항 8부두 안에도 1978년 건립된 곡물창고 건물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부활했다. 인천시가 만든 ‘상상플랫폼’. 준공은 마쳤고, 개관을 앞두고 있다. 상상플랫폼은 1003억원을 들여 길이 270m, 너비 45m, 약 1만2150㎡ 규모로 조성됐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과 스튜디오,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인천시는 향후 5년간 생산·부가가치 유발 1300여 억원, 고용유발 800여 명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상상플랫폼에선 이미 K팝 그룹 BTS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최근 뉴진스, 르세라핌 등 아이돌그룹도 뮤직비디오 촬영차 다녀갔다.
강화군 강화읍에는 1933년 설립된 방직공장인 ‘조양방직’이 미술관 카페 ‘조양방직’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가 1958년 폐업 후 방치돼 있었던 조양방직 건물과 일제강점기 적산가옥(敵産家屋) 3~4채를 리모델링했다. 윤혜영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졸페라인 탄광도 박물관이 돼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면서 “인천만이 갖고 있는 옛 건축 자산도 새로운 기능을 불어넣으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