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부업 정치로 생계형 정치를 감당하겠나
져도 돌아갈 자리 있는 취미형 與 부업 정치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문을 두드린 건 2005년쯤이다. 무명 변호사에서 갑자기 성남시장에 경기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까지 됐다고 알지만 그렇지 않다. 40세에 정당 생활을 시작해 2007년 대선 경선 때는 정동영 캠프 핵심 공격수로 참여했고 풍비박산 난 대선 캠프 뒷정리도 그의 몫이었다. 이렇게 정치 훈련을 한 그는 2010년 성남시장이 됐고 이후는 모두 아는 대로다. 변호사라는 부업이 있었지만 근 20년간 그는 전업 정치인이었다.
민주당은 운동권 정당이면서 전업 정치인, 생계형 정치인들의 정당이다. 학생운동을 거쳐 30대 초반에 정당에 들어온 이들은 보좌관, 당직자로 10년 이상 도제식 훈련을 받는다. 학생회 선거부터 대선까지 머리와 몸으로 선거를 배우며 선거 머신으로 단련된다. 정당 사무실에서 복사하고 청소하고 논평 자료를 정리했던 이 청년들은 몇 년 뒤 국회의원으로 점프했고, 정권을 잡자 교육부, 국토부, 문화부, 중소기업부 장관을 했다. 공부 안 하고 세금 제대로 내본 적 없다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 이들은 바닥부터 국회와 정부를 보고 배운 생계형 정치인이다.
생계형 정치인들에게 당선은 천국, 낙선은 지옥이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 정권을 잡으면 자리와 금전 보상이 따르고 정권을 빼앗기면 바로 실업자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도 연봉 1억원 이상의 자리가 나면 끝없이 낙하산으로 들어갔고 일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이처럼 생계 유지는 숭고하면서 구차한 일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부분 부업형 정치인이다. 정치가 아닌 자신의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쌓아, 50대나 늦으면 60대에 정치에 뛰어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였고 김기현 대표는 판사였다. 원내대표와 전·현직 사무총장 모두 경찰이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은 상위 0.1% 공무원 출신이다. 긴급 투입된 혁신위원장 인요한은 의사다. ‘당선 천국, 낙선 지옥’의 생계형 정치인들과 달리 부업형 정치는 ‘당선 천국, 낙선 유턴’이다. 돌아갈 곳이 있는 이들은 그리 절박하지 않다.
물론 검찰, 법원, 경찰, 병원, 대학에도 정치는 있다. 검찰총장, 법원장, 대학 총장 정도 하면 “나도 정치 좀 안다”고 한다. 그러나 엘리트 집단의 내부 정치와, 유권자가 무학(無學)부터 박사까지 다양한 프로 정치 세계는 장르부터 다르다. 물에 뜬다고 다 수영이 아니다. 정치는 우리 편을 늘리고 적을 줄이고 국민 마음을 사서 정권을 잡고 운용하는 전문 분야다. 3류니 뭐니 욕하면서 계속 보는 게 정치다.
그 똑똑한 사람이 정치하더니 바보가 됐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치적 훈련이 안 된 사람이 정치를 하니 바보가 된다. 그건 정치인에게나 유권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미국의 오바마와 바이든, 독일의 메르켈, 프랑스 마크롱은 변호사, 과학자, 금융인 같은 부업을 갖고 있었지만 30대부터는 눈만 뜨면 정치를 생각하고 그것으로 먹고살고 인생을 건 프로 정치인이었다.
부업형 정치의 국민의힘과 생계형 정당인 민주당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게 총선이고 대선이다. 인생 2모작이나 노후 대비를 위해 정치를 하는 부업형 정치인들이 정치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생계형 정치인들을 감당할 수 있겠나. 보수 정당이 선거 때마다 혁신 쇼를 하지 않으려면 장기적 안목을 갖고 프로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되 정치적 훈련이 된 ‘프로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계형 정당이 정신력이라면 프로페셔널 정당은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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