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화식 사료로 한우 사육 성공 레시피를 만들다

정미경 기자 2023. 11.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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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미래다] ‘맨두팜스’ 곽민준 대표
한우 농가 아들로 자라 회사원 거쳐 한우로 ‘U턴’
소화 잘되는 사료 개발
1025kg 우량 한우 키워, 일반 경매로 2500만 원 낙찰
《곽민준 씨는 경기도 안성에서 한우 32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 ‘맨두팜스’를 경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곽 대표는 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태어나 보니 한우 농장 아들”이었다. 농부의 고단한 삶이 싫어 대학 졸업 후 국립대학 교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연히 도드람 양돈농협으로 직장을 바꾼 것이 다시 소에게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곽민준 ‘맨두팜스’ 대표는 명품 한우 개발이 목표다. 그는 “깻묵 등 부산물을 볏짚과 함께 10시간 이상 찌는 화식 사료를 먹이면 마블링이 좋은 한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맨두팜스 제공
“양돈농협에서 일하면서 소를 공부해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소를 가까이해서 남들보다 이해력도 빨랐습니다. 마침 그때 아버지가 혼자 농장 경영을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고 가업을 잇기로 했습니다.”

‘맨두팜스’는 ‘사람(men)이 농업(farms)을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do)’라는 뜻이다. 아버지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아버지가 혼자 농장을 경영하던 시절에는 ‘사람’이 단수 ‘man’이었다. 곽 대표가 경영에 합류하면서 복수 ‘men’으로 바뀌었다. 회사 이름에 곽 대표 가족의 역사가 배어 있는 셈이다.

대를 잇는 승계농은 세대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곽 대표와 아버지는 다르다. 서로 모든 것을 상의한다. 곽 대표는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끝장토론 시간이 가장 유익하다”라고 말했다.

곽 대표가 합류하면서 ‘맨두팜스’만의 명품 한우 개량을 목표로 정했다. 아버지와 곽 대표는 나란히 한우 마이스터대학에 등록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가 먹는 사료로 관심을 돌렸다.

“사람도 그렇듯이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량 한우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전국 한우 농가를 찾아다니며 사료 견학을 했습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기성 사료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종류의 사료는 없었습니다.”

직접 사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료 배합기, 급여기 등 거액의 설비 투자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 사업을 제안했다. 회사에서 근무할 때 자주 해본 일이라 사업제안 보고서 기획과 작성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가 제출한 ‘에코피드 사료개발 계획서’가 2021년 채택돼 지원금 1억2000만 원을 받아 주변 농가와 함께 연구회를 결성해 사업을 진행했다.

곽 대표가 개발한 사료는 화식(火食)이다. 화식은 ‘불에 익힌다’라는 뜻이다. 깻묵, 쌀겨, 비지 등 10여 가지 부산물을 볏짚과 함께 10시간 이상 찌는 것이 그의 독특한 사료 레시피이다.

“기성 사료와 달리 한 번 찌기 때문에 균이 다 죽어서 깨끗한 사료가 됩니다. 익혀 먹으니 소화에도 좋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료를 찌면 소의 성장과 번식에 중요한 비타민A도 자연스럽게 조절됩니다. 고르고 일정한 마블링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일반 경매에서 국내 최초로 2500만 원에 낙찰된 맨두팜스 소.
이렇게 키운 소는 2500만 원이라는 일반 경매 최고가 낙찰의 경사를 맞았다. 곽 대표는 우수한 암소들을 선발해 ‘맨두팜스 히어로 라인’을 키우고 있다. 화식 사료로 키운 히어로 라인 소는 송아지 시절에는 별로 특출나지 않았다. 20개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체중이 늘면서 25개월째 975㎏, 27개월째 1025㎏이 됐다.

“국내 최대 축산물 공판장으로 꼽히는 음성축산물 공판장에서 그동안 2000만 원을 넘긴 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맨두팜스 소가 2500만 원에 낙찰된 것이죠. 이 소식을 듣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2700만 원으로 다시 한번 낙찰 기록을 경신했다. 사료 배합을 자동 시스템화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농장 일은 육체노동이 많습니다. 사료 배합기를 설치한 뒤 힘든 일이 줄어 남는 시간에 주변 농가도 돕고, 지역 청년들과 교류하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곽 대표가 차근차근 성공의 길을 밟아가는 데는 청년후계농 사업에 선정된 것이 큰 힘이 됐다.

“안성시에는 축사 신축 제한 조례가 있는데 청년후계농에게는 그 제한을 완화해 줬습니다. 후계농 정책자금대출을 활용해 축사 신축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매달 지급되는 100만여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은 생활비, 자재비, 약품비 등으로 썼습니다. 만약 선발되지 못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최근 한우 사업은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다. 사육두수의 초과, 치솟는 사료 가격 때문이다. 곽 대표는 그 해결책을 한우 고급화에서 찾고 있다.

“국내에 밀려드는 호주산,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을 하는 것은 한우 농가에는 별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일본 와규(和牛) 농장처럼 자기 농장만의 브랜드를 키우고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맨두팜스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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