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51년 판다외교 막내렸다”… 워싱턴 일가족 3마리 中 반환
中매체 “판다, 인사하듯 창밖 봐”
美中 갈등속 임대계약 속속 종료
조지아 남은 4마리도 내년 반환
● 비행기 시동 걸리자 창에 얼굴 비비며 내다봐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역할을 했던 ‘동물 외교관’ 판다는 임대 기간 만료로 속속 중국으로 반환되고 있다. 메이샹 가족의 임대 계약은 다음 달 7일로 끝나는데 스미스소니언 측은 그간 이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출국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올가을 판다 가족이 떠날 수 있다는 소식에 최근 몇 주간 수백∼수천 km 떨어진 도시에서 동물원을 찾아왔다. 일부 시민들은 거의 매일같이 동물원을 방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 주말 뉴저지에서 차로 3시간을 운전해 동물원을 찾은 데니스 페서(87)는 NYT에 “판다 덕분에 동물원 회원이 됐다. 팬데믹 기간에 샤오치지가 태어난 것은 내게 순수한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기적’이란 뜻의 샤오치지는 더 이상 출산이 불가능할 줄 알았던 메이샹이 노산에 성공하자 붙여진 이름이다.
판다들을 위해 특별 제작된 페덱스 익스프레스 화물기의 조종석 밖에는 거대한 판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전에도 중국으로 돌아가는 판다들은 이 비행기를 탔다. 수석 조종사인 론 잠피니 기장은 “판다를 태우고 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 역시 판다의 엄청난 팬이고 그들을 보고 싶지만 조종석을 비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날 정오가 지나자 비행기의 시동이 걸렸다. 메이샹이 상자에 달린 작은 유리창에 얼굴을 비비며 불안한 표정으로 기내 밖을 보려 하자 활주로에 있던 기자들과 몇몇 국회의원은 탄식을 내뱉었다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메이샹이 마치 자신이 23년을 보낸 워싱턴과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듯 비행기에 실리는 순간에 창밖을 내다보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 저무는 美中 ‘판다 외교’
미중 간 판다 외교는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작됐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가 닉슨 대통령 부인 팻 여사의 요청에 판다 임대를 약속한 일화가 유명하다. 두 달 후 판다 한 쌍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워싱턴 국립동물원에 있는 판다가 인기를 얻자 중국은 미국의 다른 동물원에도 판다를 속속 보냈다. 이들의 새끼 또한 미국에서 태어나 한때 미국에는 총 15마리의 판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판다의 임대 계약이 속속 종료하면서 미국 내 판다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중국 측에 판다 한 쌍을 새로 요청할 뜻을 밝혔지만 중국이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현재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판다 4마리의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미국에는 판다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NYT는 “판다 외교 시대가 현재로서는 막을 내렸다”고 평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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