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 커져… 美 국채·모기지 금리 급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금리 인상 국면이 사실상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중 80% 이상이 더 이상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종료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최근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꺾이는 등 최근 주요 시장 금리도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 종료 기대에 시장 금리 급락
9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주요 IB 12곳 중 10곳(83%)이 현재 금리인 연 5.25~5.5%를 미국의 최종 정책 금리로 예상하고 있다. 나머지 2곳은 금리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올릴 것(연 5.5~5.75%)으로 보고 있다. 한 달 전 집계보다 현재 수준을 최종 금리로 보는 IB가 1곳 늘었고,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보는 IB는 1곳 줄었다.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늘어난 데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이날 파월 의장은 11월 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묻는 질문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인가”라고 했다. 지난 9월 금리 동결 때만 해도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모습을 보인 것과 사뭇 달랐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해석했다. 금리 상승이 멈췄다고 판단하는 기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기대감에 투자자들은 서둘러 채권 매수에 나서고 있다. 시장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달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를 넘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8일 연 4.5%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만 0.4%포인트(연 4.934→4.497%) 넘게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미국 모기지 은행 협회(MBA)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 금리도 지난주(3일) 기준 연 7.61%까지 하락했다. 전주(연 7.86%)보다 0.2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7월 말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명확한 신호는 주지 않는 파월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것도 연준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는 배경 중 하나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견고하던 일자리 증가세는 지난달 시장 예상치(18만명)를 밑돈 15만명을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 신뢰 지수도 8~10월간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 공급 관리 협회(ISM)가 발표하는 지난달 제조업 구매 관리자 지수(PMI)는 46.7로 전월(49)보다 하락했다.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최근 “저소득 대출자 일부에게 현재의 높은 금리가 압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도 3%대에서 움직이고 있어 연준이 무리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로(0)’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 금리 급등에 따른 긴축적 금융 환경”을 근거로 들었는데 최근 시장 금리가 빠르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시장 금리 하락을 핑계로 다시 금리를 올릴 채비를 할 수도 있다.
미국의 3분기(7~9월)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로 4.9%를 기록하는 등 고금리에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보여주고 있어 연준의 물가 목표인 2% 달성을 향해 금리 인상 고삐를 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경로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파월 의장은 8일 열린 연준 통계 콘퍼런스 개회 연설에서 향후 통화정책 및 경기 전망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연준 고위 인사는 계속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군불을 때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최근 “놀라운 3분기 성장률은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뿐 아니라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긴축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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