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망한 나라와 같은 길 가지 말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상은 안팎으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고 지중해는 또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갯속을 걷고 있지만 요행으로 쌓인 결과에 현혹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400여년 전 조선의 통신사는 왜를 방문하고 돌아와 정반대의 출장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부사 김성일은 도요토미를 쥐에 비유하면서 두려운 인물이 아니고, 침략의 징후를 언급하는 것은 민심을 동요시키는 선동이라고 강변했다.
역사는 사후적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추론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회는 마치 분화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현재 탄소중립과 기후위기의 징후는 지구와 우리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류가 경험해온 성장의 결과라는 점은 동의하면서, 경험에 의존한 위기 극복은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도 이미 수많은 인류가 직면한 생존 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일쇼크와 금융위기를 버티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의 제한적 경험이 판단의 오류를 유발하고 있다. 한비자는 ‘고분(孤憤)편’에서 ‘망한 나라와 같은 길을 가는 나라는 존속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지도자와 관리는 ‘멀리 내다보고 명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고 강직한 정론’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전 세계가 자연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양광은 국가경제를 좀 먹는 파렴치한의 소굴이 돼 사회적 격리를 당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정부는 무탄소 경제(일명 CF100)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또 최근에는 수소(H2)의 날(원자번호 1번 H가 2개라는 점에서 11월2일)을 공식 선포했다. ‘CG100’, ‘RE100’, ‘ESG’, ‘탄소중립’ 등 현란한 정책들이 하루가 다르게 난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과 연결고리가 단절돼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 속담에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꺾인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편협되고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한 사회지도자들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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