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227년’ 신구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고도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이 지금 우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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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게 '고도(Godot)'고, 자유고, 신이에요. 하지만 인간은 '오늘은 못 와도 내일은 올 것'이란 희망이 없이는 살지 못해요. 고도를 기다리는 주인공들에게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 달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배우 신구 씨(87)는 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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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역 박정자, 女배우로는 처음
다음 달 1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배우 신구 씨(87)는 9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극은 아일랜드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사뮈엘 베케트가 쓴 부조리극으로 주인공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야기다. 극단 산울림이 1969년부터 2019년까지 공연하는 동안 전무송, 정동환 등 저명 배우들이 거쳐갔다. 공연 제작사 파크컴퍼니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블라디미르 역은 배우 박근형 씨(83)가, 포조 역은 김학철 씨(63)가, 포조의 노예 럭키 역은 박정자 씨(81)가 맡았는데 신 씨를 포함해 네 배우 모두 이 연극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네 배우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227년이다. 신 씨는 “오랫동안 꿈꿨던 작품”이라며 “나이가 들었고 병력도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평생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 내 진을 모두 빼기로 했다”고 했다. 박근형 씨는 “40여 년 전 연극학부 시절부터 동경해 온 작품이다. 그간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아주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사상 여성 배우가 럭키 역을 연기하는 것 역시 최초다. 박정자 씨는 이번 공연이 준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진해 손을 들었다. 그는 “국내 초연 때부터 꾸준히 챙겨보면서 경이감을 느낀 작품”이라며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데 성별은 중요치 않다. 럭키를 연기해야겠다는 동물적 육감이 들었다”고 했다.
1978년 데뷔한 김학철 씨가 이번 무대에선 막내다. 그는 “캐스팅 조합을 듣고 ‘내가 여기 껴도 되나’ 싶어 도망가고도 싶었다. 박정자 선배의 목에 밧줄을 거는 장면은 너무나 송구해 연습 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네 배우 모두 동아연극상 수상자다.
공연은 단일 캐스트로 진행된다. 내년 2월 18일까지, 5만5000∼7만7000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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