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주식 수탁 은행, 한국 주식 전산 대여 중단

최형석 기자 2023. 11.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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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공매도 단속 여파, 연쇄 중단 여부 촉각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세계 최대 주식 수탁 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SSBT)이 한국 주식 전산 대여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주식을 공매도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전산상 주식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지난 6일부터 공매도가 금지됐기 때문에 당장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세계 최대 수탁은행이 일부 주식 대여를 멈추는 것으로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SSBT는 지난달 글로벌 주요 기관투자자들에 한국 주식에 대한 전산상 주식 대여 서비스를 내년부터 제공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종료 기한은 미정이다. SSBT는 서비스 중단 이유와 재개 여부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식 수탁은행은 투자회사들의 주식을 대신 보관해주고, 그 주식을 다른 금융사에 빌려주는 일을 한다.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이 은행이 보관 중인 증권 자산은 지난 9월 말 현재 40조달러(약 5경2400조원)로 세계 최대다.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한 해외주식 보관·관리도 이 은행이 맡고 있다.

서비스 중단은 불법 공매도 단속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자은행 BNP파리바가 내부적으로 주식을 빌려주고 빌리는 과정에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범한 것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은행이 대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불법 공매도 조사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주식의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이뤄진다. 빌릴 주식이 줄어들면 공매도가 어려워지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만 등 다른 나라로 돈을 옮겨갈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공매도 전문가는 “SSBT가 글로벌 공매도 시장에서 점유하는 위치와 이번 공매도 규제를 한국만 시행한 것을 볼 때 국내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SBT의 한국 주식 대여 순위는 8위 정도로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공매도 제도가 정비되고 금지 기간이 지나면 주식 대여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감원은 “확인 결과 전산상 주식 대여만 금지되고, 대면이나 전화를 통한 대여는 지속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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