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엇갈린 시선…"중요한 걸음" vs "비통한 심정"
쟁점은 사용자개념·쟁의행위·손해배상 범위
정·재계 "무책임해…尹에 거부권 행사 건의"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정부와 재개는 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 향후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따르면,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전날(9일) 야당 단독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양대노총은 노동계의 '숙원사업'이었던 개정안이 통과되자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개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다단계 원·하청관계에서 더 이상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며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쟁의행위를 한 노조와 조합원에게 무자비한 '손배가압류 폭탄'으로 보복했던 악덕관행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 30여년 동안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최강서, 유성·쌍용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고통에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비로소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0년은 원청과 교섭할 수 없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소송을 해야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고, 투쟁 이후 손배가압류 압박 속에 삶을 등지는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며 "20년 만에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노조법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여당과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무부처 장관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 통과 직후 브리핑을 열고 "노동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은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중·단기적 혼란과 시행착오만 감수하면 장기적으로는 정상적 노사 관계가 자리 잡아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이라며 "그 사이 노사관계는 갈등과 파탄에 이르게 되고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억울한 불법자'만 양산하고 국민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산업계 현실을 지적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협력업체를 가진 일부 기업은 1년 내내 교섭하고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을 할 우려가 크다"며, "이런 혼란 속에서 촉발된 불확실성의 증대는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려는 기업의 의지를 위축시켜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경제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노조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며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계의 '맏형'격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입장문을 통해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는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경영계는 개정안 통과 시 법 체계 근간이 흔들리고 기업과 경제가 무너질 것임을 수차례 호소했는데, 그럼에도 법안 처리를 강행안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쟁의행위 범위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을 골자로 한다.
우선 기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와만 교섭을 할 수 있었지만 개정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로 넓혀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합법적 쟁의 역시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해서만 인정됐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를 '근로조건' 같은 권리분쟁으로도 확대해 그 범위를 넓혔다. 이로써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가 가능해지게 된다.
또 법원이 파업으로 인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종전에는 파업에 참여한 모두가 공동책임을 졌다면, 법 시행 이후에는 각자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 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이 실제 법제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헌법 제53조는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대통령실은 "좀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입법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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