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은]사람이 상자인 줄… 죽음 부른 ‘사람 잡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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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공장에서 사람을 죽였다.' 최근 경남 고성의 한 농산물 선별장에서 산업용 로봇 팔에 40대 작업자가 끼여 숨졌다는 사고 소식은 해외로도 빠르게 보도됐다.
컨베이어 벨트를 세워놓은 채 센서를 점검하던 상황에서 로봇이 사람을 박스로 오인한 결과로 추정되는데, 이를 타전한 외신 제목들은 적나라했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로 로봇이 급속히 지능화, 고도화되는 시점에 로봇이 일으킨 인간 사망 사건이 그만큼 크게 주목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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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현장에서 로봇으로 인해 사람이 사망한 첫 사례는 1979년 미국 포드자동차의 생산공장 사고다. 기계가 느려지자 현장에 있던 작업자가 수동으로 이를 손보려다 1t짜리 로봇 팔에 맞아 즉사했다. 2015년 폴크스바겐 공장에서는 로봇 팔이 22세 청년을 잡아올려 강철판 위에서 짓눌렀다. 국내에서도 올해 군산과 대구, 예천 등지의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산업용 로봇은 무게만 수 t에 달하는 대형 기계여서 한번 사고가 벌어지면 심각한 인명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례들은 모두 로봇의 오작동 결과다. 기계 결함 혹은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엔 없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경우들이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 체스대회에서는 AI 로봇 선수가 7세 소년의 손가락을 잡아 부러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년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너무 빨리 말을 옮겨버려 로봇이 혼란에 빠졌다는 게 이유였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이런 기계적 결함을 넘어 로봇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상당하다. ‘아이, 로봇’ 같은 SF 영화에서 진작에 구현된 미래 상황이다.
▷실제 로봇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클라우드 로봇은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과업을 업데이트하고, AI 두뇌를 이용해 제품이나 재료를 조건별로 분류해내는 일도 척척 해낸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고무를 이용한 로봇용 인공근육 개발이 한창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첨단 로봇은 이제 공장의 단순노동뿐 아니라 고난도 설계 작업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현장을 파고드는 추세다. 아마존이 현재 전 세계 물류센터에서 운영하는 로봇만 20만 대가 넘는다.
▷제조업이 발달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로봇 기술 경쟁력은 세계 5위권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개발 경쟁 속에 로봇 활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너무 똑똑해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파업에 나서거나 CEO 자리를 뺏는 반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안전장치 또한 더 정교하고 철저해져야 한다. 인간과 로봇의 팀워크는 예측 가능하고 통제된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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