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따라 축구 시작… 이젠 남양주 대표 선수가 됐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3. 11. 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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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남편을 따라 축구를 시작한 원지영 씨는 요즘 주 4일 축구를 할 정도로 빠져 지내고 있다. 축구를 하면서 체중을 감량하고 체력도 키워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철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회사원 원지영 씨(43)는 아직도 올 5월 경기 남양주시장기 여자축구대회에서 넣은 헤딩골만 생각하면 가슴이 끓어오른다.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뛰면서 간간이 최전방까지 올라가 골을 잡아낸다. 골을 터뜨리는 순간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부럽지 않다. 원 씨는 9년 전 조기 축구에 빠져 있는 남편 이해남 씨(46)를 따라 축구를 시작해 지금은 남양주시를 대표하는 생활축구 여자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남편이 TV로 축구를 보고 있을 때 저도 우연히 지소연 선수의 플레이를 봤어요. 자신감 있게 파고들면서 슈팅을 날리는 모습이 아주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축구를 시작했죠. 처음엔 퇴근한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저녁에 나갔죠.”

양종구 기자
광릉여성축구팀(현 진접하나여성축구회)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에서 10시까지 공을 찼다. 공을 처음 차는 것이라 다루기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다. 더 잘하고 싶어 밤에 집(남양주 진접) 근처 경복대 캠퍼스를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트랙을 달렸고,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드리블하고, 벽에다 볼을 차며 슈팅 및 패스 능력을 키웠다. 이렇게 3년여간 축구를 하다 남편이 회사 일 때문에 주말에만 공을 찬다며 남양주 토요FC로 옮긴다고 했다. 토요FC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훈련 및 경기를 한다. 원 씨도 ‘이때다’ 하며 따라나섰다.

“토요FC 감독님께 저도 함께 나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나오라고 했죠. 그래서 우리 여성팀에서 저까지 4명이 합류했어요. 그때부터 축구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웠어요. 처음엔 남자들과 경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재밌어요.”

4일 강원 철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토요FC 자체 평가전. 원 씨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여성축구단에선 오른쪽 사이드백을 보지만 토요FC에서는 주로 앞 선에 선다. 원 씨는 이날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여러 차례 슈팅도 날렸고, 좌우 사이드로 빠져 볼을 받은 뒤 다시 안쪽으로 찔러주는 협력 플레이를 했다. 20∼25분씩 진행하는 경기 3회를 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축구 하기 전에는 저질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웬만해선 안 지친다”고 했다. 축구 하면서 몸이 완전히 달라졌다. 잔병치레도 하지 않고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는 강철 체력이 됐다.

남편과 함께하는 축구는 어떨까. 그는 “너무 좋다. 축구 하다 잘 안되면 바로 물어보고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둘 다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 회원들 눈치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주말마다 함께 축구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토요FC의 유일한 부부 회원이다.

“초창기 축구 할 땐 ‘여자가 뭔 축구냐’ 하는 눈으로 쳐다봤는데 요즘엔 환영하는 분위기예요. 여자들이 공 차는 TV 프로그램 영향인지 주변에 축구 하는 여성도 많이 늘었어요. 특히 제가 남편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더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요.”

원 씨는 남양주시 여자 축구 상비군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도 대항이나 전국 생활 축구대회가 있을 때 남양주시 대표로 출전한다. 올해도 경기도지사기 어울림 대회와 경기도민체전에 출전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지만 남양주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원 씨는 요즘 개인훈련 빼고 매주 4회 축구를 한다. 토요FC와 하나여성축구단(수요일 금요일) 그리고 지난해 여성풋살축구팀을 직접 만들어 매주 월요일 저녁 운영하고 있다. 그는 “제가 축구를 하면서 9kg 정도를 감량했다. 운동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엄마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그런 엄마들도 합류해 공을 차는데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축구는 고강도 운동이다. 공을 차면서 다양한 기술을 써야 하고, 짧고 굵게 달리기도 하면서 장시간 뛰어야 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이런 다이어트 효과 때문에 최근 여성 축구인이 늘고 있다.

원 씨는 ‘여자 축구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9년 넘게 축구를 하면서 심신이 건강해지다 보니 더 많은 여성이 축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축구를 즐기며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 나이도 상관없다. 뛰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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