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의乙을위한변명] ‘엄친아’ 신화는 없다

2023. 11. 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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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행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세월이 흐르고 보니 1등을 했다고 해서, 좋은 학교에 갔다고 해서, 엄친아라고 해서 제일 행복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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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행복을 꿈꾸면서 정작 행복이 뭔지도 모르는 모순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행복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는 대부분 불행(不幸)이라고 답할 겁니다. 글자 그대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니 반대말임이 분명해 보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불행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해마다 이맘때면 자주 들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 친구 아들은 말이야”로 시작되지요. 바로 ‘엄친아’ 신화입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돈이 많은데’, ‘저 집 애들은 우리 애들보다 공부를 잘하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순간 불현듯 불행이 시작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밀려들지요. 그 순간 결국 행복은 저 멀리로 아스라이 사라지게 됩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엄친아’만 있을까요. 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한 교실에 60여명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1등을 하는 친구는 당연하게도 단 한 명밖에 없었지요. 1등을 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패배감에 휩싸였거나 불행했을까요. 범위를 넓혀 전교로 따지면 수백 명 중에 1등은 역시 단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1등이 아니었다고 해서 나머지 학생들이 침울해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로부터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1등을 했다고 해서, 좋은 학교에 갔다고 해서, 엄친아라고 해서 제일 행복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현상을 보고, 여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관계된 것이 아니면 그저 풍경에 불과합니다. 피상적으로,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는 것이지요.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마치 물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와 같지요. 물 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다리는 보이지 않으니 우아하게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신화 속에 있지 않습니다. 현실 속에 있지요.

다음주 목요일에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 수많은 ‘엄친아’ 신화가 입에 오르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신화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을(乙)도 아닌 병(丙)이나 정(丁)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근거 없는 신화를 언급하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대신 수고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희망의 말 한마디가 더 필요해 보이는 때입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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