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신당 깃발…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비명계

임재섭 2023. 11. 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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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권 신당'에 무게를 두면서 비명계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가뜩이나 국민의힘이 수도권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의 출마지 변경은 수도권 비명계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결과일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영남권을 향해간다면 이 전 대표가 비명계 지지층의 거리는 벌어지게 된다.

비명계 인사들은 일부 인사들이 이 전 대표와 만나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의 대부분 신당과 연결엔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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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영남권 신당'에 무게를 두면서 비명계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표면적으로는 수도권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합류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9일 동대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출마 가능성에 대해 "신당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12개 지역구 모두 어려운 도전일 것"이라며 "출마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날에 이어 신당 창당과 본인의 대구 출마 가능성을 띄운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실무진은 이달부터 창당을 위한 기초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당을 새로 짜면 먼저 영남권으로 향했다. 멀게는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 연제구를 비롯해 6개 지역구와 비례 8석을 얻은 '친박연대'와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재창당을 선언하고 동남풍을 불게 하겠다던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도 영남권을 집중 방문하며 세를 키웠다. 이를 비춰보면 이 전 대표가 대구에서 도전하겠다는 것도 보수진영 정치인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그간의 성공사례를 교훈 삼아 이어가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비이재명(비명)계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3지대에서 주목받은 이 전 대표의 행보가 비명계와는 멀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영남행은 그가 기존에 출마해왔던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민의힘이 수도권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의 출마지 변경은 수도권 비명계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결과일 수 있다.

그런데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해 활로를 모색한다면, 그 시점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 이재명 대표의 지지세가 견고해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친명계의 공천 학살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개딸'로 대표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수박'으로 낙인찍어 공격하는 행태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비주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탈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는 제3지대에서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석한 상황에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와 회동도 예정돼 있다. 금 대표는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정태근 '당신과함께' 정치포럼 공동대표,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위원장 등과 제3지대 규합을 위해 '금요연석회의(가칭)'을 구성한 상태다. 비명계가 주도해 나머지를 흡수통합하는 구도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이 대표가 영남권을 향해간다면 이 전 대표가 비명계 지지층의 거리는 벌어지게 된다. 통합한다고 해도 그 형태는 '바른미래당'처럼 한지붕 두 세력이 느슨하게 붙게 될 여지가 커진다는 이야기다.

비명계 인사들은 일부 인사들이 이 전 대표와 만나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의 대부분 신당과 연결엔 선을 긋고 있다. 일단 '이재명 사당화' 비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 이후 당은 사당화의 길로 계속 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 일색의 당 조직에 현 대표의 친위대를 자초하는 원외 조직이 생겨 그들이 다 총선 출마를 한다고 한다"면서 주류 친이재명(친명)계를 향해 험지출마할 것을 촉구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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