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천만각!…황정민·정우성, 내공 폭발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영화 '서울의 봄'이 침체기 극장가를 녹이다 못해 뜨거운 '천만 기운'을 몰고 왔다. 김성수 감독의 웰메이드 연출력은 물론, 충무로 대표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의 30년 넘은 연기 내공이 폭발하며 영화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줬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선 영화 '서울의 봄'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자 김성수 감독과 출연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스크린에 옮기며 일찌감치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작품. 영화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특히 충무로의 믿고 보는 조합들이 뭉치며 신뢰감을 더한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 이후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작업이다. 여기에 황정민까지 '아수라'로 '아수리언' 마니아 팬층을 형성했던 흥행 주역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과 정우성은 역대급 연기 변신은 물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며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는 활약을 펼쳤다.
누적 관객 '1억 명 흥행'에 빛나는 황정민은 실존 인물 전두환 전 대통령, '원조 꽃미남 스타' 정우성은 장태완 전 수도경비 사령관을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 역시 '서울의 봄'을 절대 놓쳐선 안 될 이유다. 황정민은 극 중 군내 사조직의 리더이자 신군부의 주축인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할을 맡았다.
황정민이 '탐욕의 화신'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면, 정우성은 수도경비 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해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서 뜨거운 에너지를 전했다. 모티프가 된 장태완 전 사령관은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의 하극상에 의한 12·12 군사 쿠데타에 맞서 끝까지 저항한 인물이다.
먼저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 연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제가 고3 때 한남동에서 살았는데 실제로 총격전을 들었고 목격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일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꽁꽁 숨겨진 일이라, 십몇 년이 흐르고 30대가 돼서야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쉽게 군부가 무너져내린다고? 불과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우리나라가 허술해?' 정말 당황스럽더라. 총소리를 들었던 그 겨울밤으로부터 44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날 사건이 한국 현대사에 운명적인 전환점이 되었을까. 저한테도 일종의 화두였고, 오랜 숙제를 드디어 여러분께 보여드린다는 생각이다"라고 남다른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김성수 감독은 "저는 실제 12·12 사태를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았다. 79년 12월 12일 그날로 돌아가서 내 생각을 재현한 다음에, 여기에 휩쓸렸던 분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극화시켰다. 그 순간으로 관객분들을 밀어 넣고 '당신들이 이 상황을 한 번 경험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면 영화를 재밌게 보시고 궁금증이 생겨 실제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라고 연출 의도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처음에 연출을 고사했던 이유도 시나리오가 너무 다큐멘터리 같아서였다. 시간이 좀 지나고 2020년 여름쯤 됐을 때, 전두광 패거리에 아무도 맞서지 않았다면 그들이 승리자로 영원히 기록될 수도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들에 맞선 훌륭한 군인들, 진짜 군인들의 시선으로 이 사태를 보면 관객분들이 반란군의 승리의 역사가 아닌 그들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장르적으로도 흥미진진한 재미가 있다고 봤다. 결과야 다들 알고 계시지만 실제 당일에 엎치락뒤치락 했던 일들이 많았어서 극적으로 구성하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영화적 재미를 자신했다.
또한 김성수 감독은 "저 또한 처음엔 역사적 기록을 굉장히 열심히 샅샅이 찾아봤다. 하지만 각색 작업을 하면서는 실제 기록을 밀어놓고 저 스스로도 헷갈릴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많은 허구를 가미해 만들었다. 다만 우리나라를 책임지고 있던 대단한 군인들이 순간순간 어떤 걸 바라보고 판단하는지, 누가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지에 포커스를 맞췄다. 어떤 사람은 탐욕의 세력을 따라가고 묵인 과정도 나오는데 이러한 엎치락뒤치락 내린 결정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우리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걸 관객 여러분이 자연스럽게 느끼셨으면 했다. 영화 말미에 그들이 승리의 기록이라며 남긴 기념사진을 넣었는데 제가 여기서 출발했 듯이 관객분들도 그 시대를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제가 80학번인데 제 20대는 절망감과 패배감, 참을 수 없는 최루탄 연기 속에 갇혀서 흘러갔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관점으로 내 멋대로 해석한 결과물이 '서울의 봄'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논리에 그분들이 입을 다물었기에, 과연 그들끼리 있을 땐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내 멋대로 해석한 것이기도 하다. 제 해석을 배우들이 또 해석해서 각자 방식대로 훌륭하게 표현해 줬다"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황정민은 "'서울의 봄' 시나리오 안에 모든 정답이 다 나와있었다. 대본에 집중하여 녹아들어 전두광을 만들었다. 그게 지금 보신 결과물이다"라고 작품성을 높이 샀다.
더불어 그는 "대머리 분장도 어렵지 않았다. 특수분장 팀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기본 4시간 정도 걸렸다. 다만 콜 타임이 아침 7시이면 저는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해서 그게 힘들었다. 그거 말고는 힘든 게 없었다"라면서 "대머리 스타일이 파격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저는 이렇게 뜻깊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과 함께라면 대머리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제가 복받은 거다"라고 못 말리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 출연에 대해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영화 나름대로 해석이 있는 거니까 실제 사건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고 임했다. 극에 모티프가 되는 어떤 인물들이 배치가 되어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오히려 더 (실존 인물을) 배척하려 노력했다. 김성수 감독님 역시도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실제 사건에서 가장 먼 가공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씀해 주셨었다. 그래서 이태신이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 찾아가는 작업의 연속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에게 많이 기댄 작업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의 봄'엔 황정민, 정우성을 비롯해 계엄사령관 정상호 역의 이성민, 9사단장 노태건 역의 박해준, 헌병감 김준엽 역의 김성균 등의 명품 열연이 담겼다. 여기에 이준혁과 정해인의 특별출연까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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