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선 보도, 양당 구도 쏠림 속 사라진 제3정당 아쉬움

윤승민 기자 2023. 11. 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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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11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3년 11월 정기회의가 지난 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3년 11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 이사)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회의에서는 지난달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강 구도로 치우쳐 제3정당 후보들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다양한 기사와 인터뷰가 나왔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전쟁을 조명하는 기사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향신문이 창간 77주년을 맞아 시작한 회원 전용 서비스인 ‘칸업(KHANUP)’이 변화된 언론 환경에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시도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환 = 정치와 경제 상황이 모두 힘겨운 와중에 모 연예인의 마약 의혹, 모 펜싱선수의 가십 등 자극적인 기사들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경향신문에서도 관련 기사를 접한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뜨거운 이슈이긴 하지만 이태원 참사 1주기 등 우리 사회의 정말 중요한 사안들을 덮을 수도 있어 언론이 자중했으면 한다. 10월4일자 <총수 일가의 ‘꼼수지배’>는 매년 나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는 전형적인 프레임 기사다. 기사에서 예로 든 장금상선의 경우 코로나 시기 해운업의 비정상적인 호황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된 경우다. 어찌보면 잘 성장한 회사인데 기사에 언급되면서 총수가 해외 자회사로 꼼수지배하는 이상한 기업으로 비칠 수 있다. 자산 증가나 지분율 변화 등으로 인해 공시대상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제다. 10월10일자 <회장님의 비밀스러운 봉급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는 경향신문이 창간 77주년을 맞아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도하는 회원 전용 서비스인 ‘칸업’의 기사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로그인과 기사 완독, 문제풀이 등을 하면 상품까지 준다고 한다. 신문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여전하지만 독자들이 변해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서안지구 주민 인터뷰 ‘좋은 시도’
한국 입장서 전쟁 조명할 필요도

박은정 = 10월30일 인터넷판 기사 <중학교 교사가 채팅으로 만난 여중생 2년간 간음>과 <분당서 또래 여성 살해한 10대 고등학생 경찰에 체포>는 피해자인 여성의 성별만 명시돼 있고 가해자의 성별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가해자의 성별도 명시하는 것이 맞다. 10월8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다룬 <전면전 막 올랐나…이스라엘, 하마스에 “전쟁 돌입” 선포>에서 ‘막이 올랐다’는 표현은 공연이나 행사에서 쓰는데 전쟁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10월11일 <이스라엘, 가자에 지상군 투입 임박>, 10월17일 <‘가자’ 보복공습 비난 여론에…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저울질> 등의 기사도 전쟁을 중계하듯 보도해 불편했다. 11월1일자에 1개면을 할애해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는 뜬금없다고 느꼈다. 오 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얘기하지만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등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모습도 많다. 비판점에 대해서도 질문하긴 했지만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친 한계가 보였다. <안전 뺀 유적발굴…‘산재’가 파묻혔다> 등 10월6일과 12일 유적발굴 현장의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 시리즈는 노동과 관련해 좋은 이슈를 발굴한 기사로 평가한다. 10월24일자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의 <장애인 선수에 가까이 다가가기> 칼럼은 장애에 대한 우리들의 시각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이었다.

‘칸업(KHANUP)’
신문의 사회적 역할 여전하지만
독자 변하는 상황서 필요한 시도

김지원 = 한국, 대만, 일본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성소수자 권리를 비교 분석한 10월26일자 <금기 넘어 달라지고 있다, 사회가 먼저, 정치도 응답하라>를 재미있게 읽었다. 성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기사다. 지난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봤다. 가자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기사가 가장 많아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전쟁의 지정학적 의미, 특히 미국에 주는 의미와 미국 태도의 문제 등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미국이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걱정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국제 기사가 미국 매체들을 인용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기사들이 생산되는 것 같다. 미국 언론 외에 다른 외국 언론의 기사들도 참고해 이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를 입체적으로 보여줬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전쟁의 의미를 한국 입장에서 정리하는 기사도 있었으면 한다. 10월20일자에 나온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주민 칼리드 나시프 인터뷰는 이 전쟁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시도다. 나시프가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같은 것이라는 도전적인 비유를 던졌는데, 이에 대한 답을 하는 기사를 쓴다면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

이토록 XY한 대법원·강남 리포트
여성 대법관 부족 지적 ‘설득력’
‘쏠림’ 기획, 김포 논란 내다본 듯

신지영 = 지난달 좋은 기획기사들이 많았다. 여성 대법관 부족 문제를 다룬 기획 <이토록 XY한 대법원>은 준비를 상당히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곧 새 대법원장이 나오고 현 정부에서 대법관 13명이 바뀌는 상황에서 여성 대법관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창간 77주년 기획인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도 재미있는 기사다. 우리 사회가 핵심적 갈등 요소인 쏠림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은 방대한 자료를 공들여 분석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10월31일자 <아이보다 벌이…일하는 30대 여성 증가>는 우리 사회가 일·가정 양립이 안 돼서 문제인데 마치 여성들이 애는 안 낳고 돈벌이만 한다는 의미로 읽혀 여성들에게 상당히 불편한 제목이다. 10월24일자 <인요한 “국민의힘,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0년 전 발언을 인용한 것을 소개했다. ‘와이프(마누라)’를 바꾸라는 표현 자체가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것인데, 30년 전이야 성차별 의식이 강하지 않아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해도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기사에 없어 아쉬웠다.

이태원 참사 1년
‘기록이 주는 기억의 힘’ 보여줘
혐오 정서의 뿌리도 살폈으면

조상식 = 10월26일자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의 <수학 킬러문항, 왜곡 없이 다시 보기> 칼럼은 전문가적 안목에서 킬러문항이 가장 많은 수학 교과의 쟁점을 잘 정리했다. 다만 킬러문항 논란이 어느 정도 지나간 뒤여서 시기적으로 좀 늦은 감이 있어 아쉬웠다. 정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의 대표적인 부정적 영향으로 자사고 및 특목고의 부활을 지적한 <‘대입 개편안 최대 수혜’ 자사고·특목고로 다시 몰린다>(10월24일), 개편안이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고 분석한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에 ‘공통수능’ 회귀…고교학점제 ‘흔들’>(10월10일) 등은 이번 개편안의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정확히 짚었다. 이와 별도로 정시보다 수시로의 경도로 인해 초래되는 입시 불평등, 대학의 자체 선발권 강화, 기초학력 문제로 인한 대학의 프리스쿨 운영 부담 등 개편안의 또 다른 문제점들도 다뤘으면 좋겠다. ‘교권 추락’ 문제를 초중고를 중심으로 많이 다루어왔는데 10월8일 나온 <유치원은 ‘교권 보호 사각지대’?…교육청 17곳 중 12곳 교보위에 유치원 교사 없다>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잘 발굴한 좋은 기사다. <연구실 사고 매년 느는데…안전예산 2년간 33억원 삭감>(10월12일)도 언론이 감시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사안을 발굴한 의미 있는 기사다.

김봉신 = 11월1일자 <“교통지옥 개선” “부동산 표몰이” 엇갈린 시민…“왜 김포만” 형평성 지적, ‘집값 뛰나’ 논쟁도>는 여당이 추진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 관련 핵심적인 쟁점을 시민들의 반응을 통해 실감나게 전달했다. 창간기획인 <쏠림 사회 한국, 강남 리포트>는 김포시 서울 편입 발상이 얼마나 집중화를 심화시킬지 미리 보여준 것 같다. 김포 시민의 강남 접근 편의성을 위해 서울에 편입시키자는 논리에 준비된 답변이 들어 있어 놀라웠다. 교통만으로 과밀이나 비효율을 극복할 수 없다는 기사의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10월20일자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빠져…수도권 쏠림 못 막아>도 ‘메가 서울’ 논란 속에 수도권 쏠림 현상을 드러내고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기사다. 지난달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선을 지나치게 양강 구도로 조명해 다양한 후보에 대한 정보가 유권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투표일 직전인 10일자와 11일자 콘텐츠들은 양대 정당의 선거 구호 위주로 채워졌고, 양당체제의 혐오경쟁을 생중계하는 듯했다. 그나마 10월9일 온라인판에 나온 <‘심판론 열기’ 강서구청장 보선…제3정당 무덤 될까, 가능성 증명할까>가 군소정당 4곳 후보의 정책을 설명하면서 판세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당선 가능성이나 정당의 지지세에 따라 기사의 수나 중요성이 결정되는 것 같다.

곽경란 = 병사 급여는 인상하면서도 군인 복지예산은 대폭 삭감한 것을 지적한 11월1일자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한 정부, 병사 지원 예산 삭감…‘조삼모사’ 논란>이 눈에 띄었다. 이 기사가 보도된 날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병사 급여 인상을 언급해 다른 언론은 급여 인상 사실만 단순 보도했다. 경향신문만 국회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토대로 다른 각도의 조망과 비판을 했다. 예산 삭감의 여파가 이등병일수록 더 크게 미친다는 사실도 짚어내 탄탄한 취재와 분석이 돋보였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보여준 집중과 입체적 시각이 탁월했다. 기획 시리즈는 ‘기록이 주는 기억의 힘’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기획이다. 기획기사 외에도 이태원 참사가 주변국인 일본에 미친 영향을 살폈고, ‘놀러가 죽은 것 아니냐’는 혐오표현이 주는 상처까지도 짚었다. 다만 혐오표현에 대해 정부의 방치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저에 깔린 혐오정서의 뿌리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부박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원인을 분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엄마와 이태원 엄마의 말을 기록한 주간경향의 <참사와 국가의 책임>은 시도도 좋았고 내용도 알찼다. 유해정 활동가의 질문이나 대화를 이끄는 말들이 참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분석 속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춘식 = 창간기획 중 국회를 찾아온 사람들을 주제로 한 10월6일자 <너무 절박해서, 아무도 안 들어줘서…‘민의의 전당’에 고한다>가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우리 정치에 거의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뉴스에 등장하지도 않고, 정쟁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사정들로 고통받는 소외된 시민들이 국회를 찾아 호소하는 현실을 잘 보여줬다. 뉴스가 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이런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 대법관 기획은 118개 재판부의 현황을 분석했고,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은 검찰과 경찰의 방대한 수사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다른 식의 접근이었다면 정쟁 수준에 머물렀을 수도 있지만 방대한 취재를 통해 좋은 기사가 생산된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경향신문 창간 77주년 기획도 있다보니 큰 기사들이 너무 많아 신문 읽는 것이 무척 버거울 정도였다. 기획기사들의 게재 일정을 배분해 하루에 두 개 이상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기획기사는 2개면을 텍스트로 빡빡하게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 독자들 입장에서는 읽기가 부담스럽다. 그래픽을 크게 사용하든가 문단과 문단 사이에 여백을 더 주는 방식 등으로 독자들이 긴 기사를 읽기 쉽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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