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이-팔 전쟁에 재선 빨간불 바이든, 40년 전 카터와 닮은 꼴
40년전 이란사태로 현직 카터 낙선
다수 경합주서 아랍계 캐스팅 보트
민주당 일각에서 후보 교체론 고개
어부지리 트럼프, 지지율 고공행진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에서도 또 다시 전란의 불길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미 언론은 현재의 바이든 상황이 40여년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상황과 닮은 꼴이라고 전한다. 그가 카터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전폭 지지의 역풍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시작된 이래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 미국 대통령 못지않게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10월 27일 유엔 회원국들이 긴급총회를 열고 '즉각적인 휴전' 결의안을 찬성 120표·반대 14표·기권 45표로 가결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14개국 중 하나였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입장에선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는 것이 미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의 자금과 표를 확보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아가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표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기독교 복음주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종교 세력이다. 그들은 "유대 민족의 나라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뜻에 의해 세워졌다"고 믿는다. 때문에 대다수가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데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이스라엘 지지는 거센 후폭풍을 가져왔다. 미국 내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미국 사회는 이스라엘 지지와 팔레스타인 지지, 두 세력으로 쪼개져 심각한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난 아랍계·무슬림 유권자
미국내 아랍계와 무슬림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미국 최대 무슬림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2020년 대선 당시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 무슬림의 약 69%가 바이든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민심 이탈이 심각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배신감,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불만 등이 쌓이면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는 아랍아메리칸연구소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31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에 대한 아랍계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59%였으나 이제는 17.4%까지 떨어졌다. 무려 42%포인트나 급락했다.
해당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난 1997년 이래 아랍계 민심이 민주당 후보 쪽으로 기울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사이익을 얻은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조사 대상자의 40%가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답했다. 이는 2020년 대선 때보다 5%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랍계와 무슬림 미국인은 전체 인구에서 작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미시간주와 같은 격전지역에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5만4000여표 차이로 미시간주를 가져갔던 것에는 그들의 역할이 컸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년 대선에서도 경합주인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같은 주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더구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온다. 이를 입증하듯 현재 미국 대학 캠퍼스에선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갈수록 번지고 있다. 코넬대학에선 인터넷에 유대계 학생들에 대한 총격을 예고하는 위협적인 글을 올린 재학생이 체포돼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등을 돌려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다면 이미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은 더 어려워진다. 이들이 트럼프에 표를 던진다면 바이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바이든, 1979년 카터 전철 밟나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에 세 차례 해외위기가 발생했다면서, 혼란 속에서 이뤄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전쟁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재선에 실패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1977~1981년 재임)과 유사한 외교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에 의해 촉발된 전쟁에 직면한 것과 미국인이 인질로 붙잡힌 점 등이 유사하다는 게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었다. 그는 위기를 넘지 못했고 결국 1980년 재선에 실패,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의 미국인 인질사태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속이 타들어간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유대계와 팔레스타인 지지층의 표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딜레마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약 이번 이-팔 전쟁이 내년에도 종결이 되지 않는다면 바이든에겐 엄청난 악재가 될 것이다. 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주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을 이스라엘과 카타르 등에 보낸다. 교전 중단과 하마스 억류 인질 석방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기뻐하는 사람은 트럼프다. 지난 8일 CNN은 대선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 지지율로 45%에 그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이대로라면 트럼프가 당선이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선 바이든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대안으로 미셸 오바마가 유력하다고 한다.
바이든은 미국 사회의 변화를 경시했다가 자책골을 넣고 말았다. 만회골을 넣기도 쉽지않아 보인다. 그의 승부수가 무엇이 될지 궁금해진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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