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함 대 노련미…KS는 ‘안방’ 대결
완벽한 볼배합은 포수 장성우 작품
LG 불펜 안정적으로 이끈 박동원
둘 다 공격력도 탁월…팀 하드캐리
야구는 단체전이지만 개인전이기도 하다. 특정 포지션 대결이 굉장히 부각돼 경기 전체를 움직이기도 한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한국시리즈는 2차전 8회 터진 LG 7번 박동원의 역전 투런홈런으로 분위기가 급히 바뀌었다.
KT 포수 장성우는 순간 아차 싶었을 것이다. KT 우완 불펜 에이스 박영현은 7회 2사 후 올라와 5번째 타자를 상대하던 중이었다. 초구는 시속 123㎞짜리 체인지업. 1점 차 주자 2루에서 한방 있는 타자에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존을 겨냥했을 리 없다. 그런데 박영현의 손을 떠난 공은 그만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향했다. 박동원의 풀스윙이 기다리는 바로 그곳이었다.
박영현은 앞선 네 타자와의 승부에서 초구에 3차례 체인지업을 사용했다. 그러나 체인지업 초구는 모두 좌타자에게 쓴 것이었다. 우타자인 오스틴 딘을 만나서는 초구부터 직구만을 던져 3구 만에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박동원 타석에서는 1루마저 비어 있는 상황. 유인구 삼아 던진 것이 ‘결정적 실투’가 되고 만 것이었다.
사실 1, 2차전 내내 시리즈를 물들이던 가장 큰 이슈는 장성우의 볼배합이었다. 1, 2차전 KT 선발투수는 이름값에선 누구에게도 처질 일이 없었지만 LG와의 상대성에선 참담했다. 1차전 선발 고영표는 올시즌 4경기 등판에 2패 평균자책 7.36을 기록했고, 2차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는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 11.45로 부진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에선 달랐다. 고영표는 1차전에서 6이닝 7안타 2실점(1자책), 쿠에바스는 2차전 6이닝 8안타 2실점으로 선방했다. KT의 ‘대비’가 빛났다.
준비한 내용 하나하나는 볼배합으로 표출됐는데, 장성우는 정규시즌과 달리 이들 두 투수에게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요구하는 내용의 변화로 결과의 변화까지 끌어냈다.
그런데 장성우의 가장 큰 아쉬움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것이 LG 포수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은 포수뿐 아니라 거포로서도 가치가 높다.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LG로 이적한 올해 지난 5월까지 13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박동원 주축의 하위타순에서 홈런으로 돌파구를 여는 장면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그림을 가장 큰 경기인 한국시리즈에서 펼쳐냈다.
LG의 볼배합에는 정규시즌과 비교해 확연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박동원은 2차전에서 선발 최원태가 1회 1사에서 내려간 뒤 다채로운 유형의 불펜투수 7명을 안정적인 흐름으로 이끌며 견고함을 입증했다.
포수의 공격력에서 장성우도 빠지지 않는다. 장성우는 이날 1회초 1사 만루에서 좌익수 왼쪽에 2타점 2루타를 떨어뜨리는 결정력을 보였다. 1차전 2안타 1타점 등 이번 시리즈에서 7타수 3안타 3타점에 1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이 “수비뿐 아니라 공격력을 고려해도 장성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자연스럽게 입증되고 있다.
‘직관’ 티켓 구입이 어려운 한국시리즈다. 이로 인해 한국시리즈를 화면으로 봐야 하는 ‘안방극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극 전개의 핵심 구도는 ‘안방’ 대결이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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