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메디치상 수상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1. 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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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도 4.3사건 다룬 작품
2014년부터 7년간 집필
리디아 조르즈와 공동 수상
소설가 한강이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국내 출간한 지난 2021년 9월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53·사진)이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메디테라네’에서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포르투갈 소설가 리디아 조르즈(Lidia Jorge)의 ‘연민’(Misericordia)과 함께 메디치 외국문학상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지난 8월 프랑스에서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194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에 주어지는 젊은 문학상으로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 작가가 수상한 메디치 외국문학상은 1970년 제정됐으며 밀란 쿤데라,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묵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과거 주요 수상자다. 상금은 1000유로(한화 약 140만원)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맨부커상 받은 뒤 5년 만인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도 4.3사건을 세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낸 소설로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해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강은 2014년 여름에 이 작품의 집필을 시작해 7년 만에 완성했다. 작가 자신이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겨우 자신을 지켜냈다. 이 소설이 저를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것 같기도 하다”고 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강은 이 작품으로 대산문학상과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지난해 11월 대산문학상 수상자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대해 “무고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결국은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을 붙잡고 소설을 썼다”며 “작별할 수 없는 마음, 작별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마음 앞에 깊이 머리 숙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1993년 문예지 문학과사회 신인상(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로 데뷔해 이상문학상(2005), 동리문학상(2010), 황순원문학상(2015) 등을 받았고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하며 세계적 작가로 거듭났다.

한강의 이번 메디치상 수상에 대해 ‘작별하지 않는다’의 국내판 출판사 서평을 쓴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도 4.3사건이라는 외국인에게 낯선 주제를 다뤘고, 인물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사용해 형식 면에서도 어려운 소설”이라며 “한강의 수상은 좋은 작품은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그 가치가 전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강의 이 작품은 지난 9월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 9편으로 선정됐다. 한강은 2017년에도 소설 ‘그리스어 수업’으로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 작가로는 과거 이승우와 황석영도 후보에 오른 적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9월 역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페미나 외국문학상의 최종 후보 5편에도 들었으나 수상작은 미국 작가 루이즈 어드리크의 ‘문장’이 선정됐다.

한강 소설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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