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제주 4·3 사건 다룬 장편소설
소설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메디테라네’에서 올해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경하, 인선, 정심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장편소설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불가능한 작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한강은 2021년 출간 당시 인터뷰에서 “1990년대 후반쯤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서너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의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눈부시게 청명한 아침이었는데,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던 그날의 기억이 제 마음 속에서 자라났던 꿈의 장면과 만나 이 소설이 됐다”고 말했다. 역사적 상흔을 다룬다는 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1980년 광주를 다룬 한강의 또다른 대표작 <소년이 온다>(2014)와 짝을 이루기도 한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페미나상, 르노도상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58년 제정돼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에 주어지는 젊은 문학상이다.
한강이 수상한 메디치 외국문학상은 프랑스어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치상과 별개로 번역문학에 수여한다. 밀란 쿤데라(1973), 움베르토 에코(1982), 폴 오스터(1993), 오르한 파무크(2005) 등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2011년 발표한 다섯 번째 장편 <희랍어 시간>으로도 메디치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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