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인들 왜 이렇게 늙었나? 대선 앞두고 ‘고령’ 리스크 [미드나잇 이슈]
7080 ‘고령’ 의원들, 건강 문제 자주 노출
“노인정치는 종교계·독재국가에서 흔한 일”
“75세 이상 정치인 정신감정 필요”…76% ‘찬성’
미국 유권자들이 바이든의 고령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지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걱정스러운 모습이 자주 노출된 탓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1일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을 마친 뒤 좌석으로 돌아가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5월 일본 히로시마에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 참석 중에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고, 지난해 6월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휘청이거나 넘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말실수도 잦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이스라엘을 방문해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방문한다고 알리며 “홀로코스트의 공포(horror)를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을 “홀로코스트의 영광(honor)을 기억해야 한다”고 잘못 언급했다가 정정했다.
바이든은 1942년 11월생, 만 80세로 이미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이다. 이전 기록은 77세에 임기를 마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고 그 다음은 74세까지 재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바이든이 재선할 경우 86세까지 대통령직을 연장하게 된다. 이 경우 국민들은 대통령의 건강은 물론 유고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NYT 설문 결과는 이러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재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도 만만치 않은 고령 리스크
미국 유권자들이 바이든의 나이를 더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결과일 뿐이다. 역대 3번째 ‘늙은’ 대통령 트럼프 역시 잦은 말실수로 공격받고 있다.
앞서 다른 집회에서는 자신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이기고,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한 트럼프는 오바마와 맞붙은 적이 없다.
트럼프의 잦은 말실수와 관련해 공화당 경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과거의 도널드 트럼프와는 다르다. 보기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의 말실수가 그의 나이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 중 하나인 ‘바이든은 나이가 너무 많다’는 주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의회에도 7080 수두룩…美 정치권 고령화
‘고령 리스크’는 대선 후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 미국 정치권 전반에 고령화 이슈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72세,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81세다.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90세가 됐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81세로 은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사망한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90세 현역 최고령 의원으로 재직 중 사망했다. 그는 올해 초 올해 초 대상포진으로 세 달 가까이 입원했다가 5월에 복귀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료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회의 내용을 잊어버리는 등 업무 수행에 문제를 보였으나,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성차별’이라고 맞서며 내년까지 임기를 채운 뒤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NBC 방송 분석에 따르면 상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63.9세, 하원은 57.5세로 역대 3번째로 연령이 높은 상태다.
◆왜 내려놓지 않는가…“젊은 세대에 양보해야”
대선 후보를 포함한 미국 정치인의 고령화에 대해 매리 케이트 케리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러한 노인정치(Gerontocracies)는 바티칸이나 이란의 아야톨라 같은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흔하며, 냉전 시대 소련 정치국과 같은 공산주의 통치 위원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인 지도자는 흔하지 않다”고 정치 매체 더컨버세이션 기고에서 지적했다.
경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도 아닌데, 왜 미국 정치인들은 고령에도 은퇴하기를 꺼릴까.
케리 교수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이론이 있을 수 있다며 “은퇴를 자신의 죽음과 동일시 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정체성 전체가 직업과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고, 그 때문에 남은 여행에 즐길 만한 취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일부 의원은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신만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겸손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유력 대선 후보가 잦은 고령 리스크 노출로 불신을 자초하는 데다, 고령 정치인 건강 문제가 자주 불거지면서 미국에선 ‘고령 의원을 대상으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 대사는 올해 초 공화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75세 이상 고령 정치인에 대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이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9월 CBS 인터뷰에서도 고령 정치인들을 향해 “대체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인가. 그들은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줄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도 여기에 찬성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 누구든 완전한 정신 능력 테스트를 받는 데 동의해야한다”면서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코노미스트지가 유권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인의 76%가 정치인에 대한 의무적인 역량 테스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 반대하는 의견은 13%, 모르겠다는 응답은 11%였다.
공화당원에서는 84%가, 민주당원에서는 70%가 정신 능력 검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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