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만 일구는 ‘미역밭’, ‘국가중요어업유산’ 됐다
전남 진도와 신안 섬 지역 주민들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조간대 갯바위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바위에 붙어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자란 미역은 전국 최고 품질로 꼽힌다.
주민들은 미역이 자라는 갯바위를 ‘미역밭’이라 부르며 육지의 밭처럼 돌본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미역밭을 관리하고 채취도 기계가 아닌 손과 낫만 사용해 함께한다.
진도군과 신안군은 “해양수산부가 진도·신안 섬 지역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조간대 돌미역 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3호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진도·신안 섬 지역 조간대 돌미역 채취어업은 선조들의 원시어업 형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미역을 채취하는 갯바위를 ‘곽전’(藿田·미역밭)이라고 부르며 미역을 밭에서 경작하는 작물처럼 여겼다.
주민들은 매년 미역밭 갯닦기와 물주기를 하고 있다. 갯닦기는 밭농사에서 호미로 잡초를 없애듯 가래나 딱가래라는 도구를 사용해 미역이 자라는 갯바위에 붙은 다른 해조류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물주기는 밭에 물을 주듯 어린 미역이 녹지 않도록 바닷물을 공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미역을 채취할 때는 ‘미역 낫’만 쓰는 것도 특징이다. 주민들은 원시적 방식으로 함께 미역을 채취해 분배하는 ‘공동체 어업’도 이어오고 있다.
해수부는 2015년부터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만들어져온 어업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되면 3년간 7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동안 제주 해녀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어업,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부안 곰소 천일염업, 신안 흑산 홍어잡이어업, 거제 숭어 망쟁이 들망어업 등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진도군과 신안군은 “오랫동안 이어진 돌미역 채취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어민들의 생계와 문화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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