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다가선식당 소주6000원 시대…손님도주인도 괴로워
소주 공장출고가가 인상됐다. 도매업체들이 가격 동결을 선언해 당장은 아니지만 ‘식당 소주 6000원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날부터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 출고가를 평균 6.95%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 360㎖ 1병의 공장출고가는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81원가량 올랐다.
제조업체의 공장출고가 인상분만 보면 인상 폭은 1병당 100원이 되지 않지만 식당 소주 가격은 대폭 오른다. 그동안 음식점들은 소주 출고가가 100원가량 오르면 판매가는 10배인 1000원씩 높여왔기 때문이다. 현재 5000원 수준인 음식점 소주 1병 가격이 6000원으로 뛸 것이라는 우려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당장 식당 소주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류 도매사 1100여곳을 회원사로 둔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가 정부의 물가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소주 도매가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주 가격 구조를 보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마진 등이 들어간 ‘출고원가’는 공장출고가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원가의 72%인 주세, 주세의 30%인 교육세, 이들 세 항목을 합한 금액의 10%인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공장출고가가 매겨진다. 출고가 절반은 세금인 것이다.
제조사가 출고한 소주는 주류법에 따라 주류 유통면허가 있는 도매업체가 유통한다. 이때 도매업체는 유류비를 포함한 운송비, 인건비, 시설운영비 등을 고려해 20~30%대 마진을 붙여 음식점에 공급한다.
참이슬의 도매업체 마진을 300~400원으로 가정할 경우 식당이 소주 1병을 구입하는 금액은 공병·박스 보증금을 제외하고 1550~165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음식점에서 5000원에 소주를 팔면 3000원, 6000원이면 4000원 안팎을 남기는 셈이다. “출고가는 약 100원 상승했는데 소주 판매가는 1000원씩 올리는 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자영업자들도 할 말이 있다. 원재료비, 인건비, 전기·난방비, 임대료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는 만큼 손에 쥐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5000원인 소주값마저 올리면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도매가가 오르더라도 이번에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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