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하며 선행매매로 58억 챙긴 수퍼 개미, 1심 무죄

일러스트=정다운

구독자 50만 명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선행매매로 5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수퍼 개미 김정환씨가 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 사건 공소 사실은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이 사건 각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이를 매도할 수 있다거나 매도했다는 점을 알린 바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종목의 경우 각 부정 거래 기간 종료 후에 상당 기간 주식을 보유했던 만큼, 피고인의 매매행태를 판례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스캘핑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수 추천 또는 매도 보류 추천으로 보이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방송에서 매도를 권유하거나 신규 매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송 내용은 시청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고 이를 일괄적인 매수 추천 또는 매도 보류 추천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검찰이 범행 시점으로 지목한 기간 문제가 된 종목들의 외부 호재성 정보와 그로 인한 주가 상승이 있던 점이 확인된다며, 김씨의 발언과 주가 상승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피고인의 행위에 오해를 받을 소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에 걸쳐 주식을 사왔고, 그런 사실을 유튜브에서 방송한 내용이 확인된다면서도, 유튜브 방송을 장기적으로 보지 않은 사람들, 또는 피고인의 거래 규모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이용 사실을 모를 경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김씨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미리 매수해둔 5개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약 58억9000만원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올해 2월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외국계 증권사가 거래 주체로 표시되는 CFD 계좌를 자신과 아내 명의로 만들어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6월 21일 오전 9시 6분 유튜브 방송에서 실적이 좋다며 A 종목 투자를 권유했다. 김씨는 약 30분 후인 오전 9시 39분부터 11시 16분 사이 A 종목 2만1000주를 매도했다. 다음 날에도 오전 9시 10분 방송 중 A 종목이 4만 원, 5만 원까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말하며 추천했다. 이어 1시간 뒤인 오전 10시 17분부터 오후 2시 56분까지 A씨는 6만8000주가량을 매도했다.

앞서 검찰은 8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7년에 벌금 170억 원, 추징금 58억 원을 구형했다.

김씨는 무죄 판결에 감사를 표하며 “항상 조심해서 유튜브 방송 같은 걸 하지 않고 조심하며 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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