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책임 첫 ‘인정’…피해자 구제 계기 될까?
[KBS 전주] [앵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지지부진한 배·보상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한데요.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처음 나와 향후 절차에 관심이 쏠립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7년부터 3년간 가습기 살균제를 쓴 김정용 씨.
심한 천식으로 금세 숨이 가빠오고,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아버지는 2년 만에 세상을 떠났고, 아들 역시 악성 아토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김정용/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정읍 : "그 물이 좋다고 해서 피부 이상이 왔을 때 발라줬습니다. 제가 아들을 죽인 거죠."]
원인 모를 폐 질환에 시달리다 뒤늦게 연관성을 의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이의신청 끝에 피해자로 인정돼도, 돌아온 건 소액의 병원비가 전부였습니다.
[김혜정/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익산 : "2010년까지 썼거든요. 좋은지 모르는 거야. 11년부터 병원 가니까 이유를 모르는 거예요."]
전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접수한 사람은 2백53명.
이들 중 피해자로 인정된 건 백46명으로 28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근거로 환경단체는 전북의 피해 인구가 3만 명을 넘을 거로 추정합니다.
집단 피해가 알려진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추가 신고가 이어지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를 찾는 게 시급하단 목소리도 높습니다.
[문영환/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군산 : "어린애들은 구제할 길이 없잖아요. 돈 몇 푼 받아서 뭐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국가에서 인정해서…."]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피해자 김옥분 씨가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 씨의 신체 손상에 업체 책임이 있단 건데,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법원이 인정한 건 처음입니다.
이번 판례가 남은 소송에서 업체의 책임과 배·보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이윱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본격적으로 가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거로 보는데, 법적 절차나 피해 인정 과정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편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애경 등에 대한 형사재판 2심 선고는 내년 1월 나올 예정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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