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손배책임 첫 인정…“사법적 판단 더뎌 아쉽지만 기업 책임 묻는 중요 판례”
“기업들 전향적 모습 보여야”
다른 손배 판결에 영향 기대
대법원이 9일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의 피해자에 대한 민사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자 환경단체와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판례”라며 환영했다. 다만 법원이 피해자 측 요구액을 일부만 인정한 것과 사법적 판단이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점은 아쉬움을 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 “피해자 찾기, 건강 피해 확인, 기업과 정부 책임 진상규명, 재발방지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손해배상 민사소송에서의 첫 승소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과정에서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판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수십 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부분 1심판결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손배소송에서도 기업 책임을 묻는 판결이 연이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가습기살균제 3단계 피해자인 A씨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와 납품업체인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자의 민사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앞서 1·2단계 피해자 중에 민사 손배소송을 제기한 이들이 있었는데 2016년 옥시를 포함한 가해기업들이 피해보상안을 제시하면서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 배상액보다 가해기업들이 제시한 합의금 액수가 더 많았다. 3·4단계 피해자들은 당시 가해기업들의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탓에 개별적으로 소송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시행 이전까지 피해자들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관련성을 평가, 판정해 1~4단계로 구분했다. 3단계는 ‘관련성 낮음’, 4단계는 ‘관련성 없음’에 해당하는데 가해기업들은 이 구분을 근거로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7년 천식, 간질성폐질환, 폐렴, 기관지확장증 등으로 피해 인정범위가 확대되면서 A씨 등 다수의 3·4단계 피해자도 피해구제 대상자로 인정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옥시를 비롯한 가해기업들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기업들은 여전히 늘어만 가는 피해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모두 7877명이며, 이 중 1835명이 사망했다.
A씨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단체 등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를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기업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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