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한 것도"…'서울의 봄' 황정민, 대머리 5공 비주얼 쇼크 (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김보라 기자]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죠.”
황정민은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새 영화 ‘서울의 봄’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파격적인 비주얼에 대해 “대머리 가발을 쓰고 분장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황정민을 비롯해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 등의 배우들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참석했다.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
영화는 제5공화국 전두환 정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절친한 노태우 등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멤버들을 꾀어 군사 반란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전두광이 어떤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자신의 권력욕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탐욕을 꽤나 리얼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인다.
이날 김성수 감독은 “저는 전두광을 악마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도 저와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라며 “그도 자신의 선택이 언젠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느꼈다”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낸 이유를 밝혔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실존 인물들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들이 느꼈을 심리는 김성수 감독의 합리적 의심과 역사서에는 없지만 진짜처럼 꾸며서 만든 상상에 의한 창작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 “저는 역사 속 인물들을 다룬다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반영해 이름을 바꾸었다. 원래 본명을 써도 되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변형을 했기 때문에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감독은 전두광, 노태건(박해준 분) 등의 인물들이 12·12 사태에 대해 축하연을 연 것은 꼴보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들이 느끼는 승리는 아주 잠깐 누리는 것이고 결국 역사의 패배자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두광과 노태건도) 이 승리가 나에게 좋은 것만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 같더라. 혼자 있을 때는 승리감에 취해 낄낄대는, 떳떳하지 못한 사람의 웃음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이에 황정민은 “시나리오에 정답이 있어서 저는 그대로 전두광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면서도 “대머리 가발을 쓰고 분장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분장은 4시간 정도 걸렸는데 점점 익숙해지니 3시간 반 정도 걸리더라. 근데 콜타임이 오전 7시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건 힘들었다. 그것을 제외하면 불편한 게 없었다”고 밝혔다.
황정민은 그러면서 “제가 ‘수리남’, ‘아수라’ 등에서 수많은 악역을 했었는데 이번엔 전두광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제 나름대로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이 연기해 온 인물들은 다른 결의 악함을 갖고 있다고 비교했다.
한편 정우성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반란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으로 분했다. 그는 영화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아수라’(2016)에 이어 ‘서울의 봄’까지 김성수 감독과 다섯 번째 작업이다.
이날 정우성은 다시 한 번 김 감독과 재회한 것과 관련, “감독님은 매 작품 치열함과 집요함을 경신한다.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신다. ‘아수라’ 때도 집요했었다. 그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감독을 죽일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도 들었었다.(웃음) 그건 (감독님이)인간 군상의 스트레스를 끄집어내기 위함이었다. ‘서울의 봄’에서는 다른 치열함으로 대해주셨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감독님이 굉장히 디테일한데, 직접적인 설명을 하는 게 아니다. 이태신이 갖고 있는 고민의 끝이 어디인지 제가 직접 찾아가게 만들기 위해 '디테일을 찾으라'는 지침을 주기 위해 많은 말을 하시는 거다. 제가 어떤 날에는 그게 듣기 싫어서 자체 음소거를 하고 감독님을 바라볼 때도 있었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정우성은 이어 "감독님의 그 치열함이 캐릭터들을 밀도 있게 만들어내는 거 같다. 앞으로도 감독님이 전해주는 새로운 스트레스는 즐겁게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고 참여한 기쁨을 전했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이후 7년 만의 신작 ‘서울의 봄’은 이달 22일 극장 개봉한다. 러닝타임 1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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