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하철 파업 퇴근길 2호선과 3호선 등 혼잡…1호선은 평소 수준
안태훈 기자 2023. 11. 9. 21:27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오늘(9일)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JTBC 취재진은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도 직접 둘러봤습니다.
우선 3호선과 9호선, 7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은 오후 5시를 조금 넘은 시간부터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퇴근을 하는 시민들이 있는 데다, 파업 여파로 지하철 배차 간격이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3호선 교대역 방면 승강장은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꽉 차 있는 상황에서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오금 방면 열차, 현재 약수역에 도착해 있습니다. 열차는 우리 역에 12분 뒤에 들어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김예준 씨는 "평소에는 길어도 8~10분 정도 기다렸는데 오늘은 2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면서 "앞차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타지도 못하고 그냥 보냈다"고 했습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근무하는 지하철 안전도우미는 "평소보다 배차 간격이 2배 이상인 것 같다"면서 "승객이 너무 많아 안전하게 승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여분 넘게 걸려 열차가 들어왔지만 타지 못한 승객들이 더 많았습니다.
직장인 김복식 씨는 "(이 시간대) 평소엔 사람이 많아 차를 그냥 보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불편하긴 해도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면서 승객이 더 많아지자 승강장에는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119대원들이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역무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잡하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시민들이 질서 있게 이용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속터미널역 혼잡은 지하철 배차 간격이 줄면서 조금씩 해소됐습니다. 가장 붐비는 퇴근 시간인 6시가 다가오자 열차 운행을 늘린 겁니다.
취재진도 지하철을 3대 이상 보낸 뒤 교대역을 거쳐 강남역으로 향했습니다.
6시를 조금 넘은 시간. 강남역 교대 방면 승강장은 크게 붐비지 않았습니다. 지하철도 2~3분 간격으로 운행됐습니다.
평소에도 출퇴근 때 강남역을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오늘이 파업인 줄도 몰랐다"며 "강남역은 원래 붐비는 곳이어서 차를 4대까지도 그냥 보내봤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 비하면 오늘은 차가 자주 와서 그런지 오히려 사람이 덜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6시 30분이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혼잡이 시작됐습니다.
퇴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배차 간격도 조금 늘어나자 강남역 승강장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찼습니다.
계단에 서서 승강장으로 내려오지 못한 승객들이 있는 데다, 지하철에서 내린 승객들이 계단을 오르면서 순식간에 혼잡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하철 안전도우미가 계단 중간에 서서 확성기로 우측통행을 안내하면서 질서가 유지됐습니다.
직장인 김모 씨는 "오늘 약속이 있어 강남역에 들렀다가 지하철을 타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면서 "파업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너무 덥고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직장인 이모 씨는 "이 시간대에는 원래 차를 2~3대 보낸 뒤 탈 수 있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붐비는 것 같다"면서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다려야지 어쩌겠냐"고 말했습니다.
강남역 혼잡은 7시 30분이 지나서야 풀렸습니다.
또 다른 취재진은 오늘 저녁 6시 30분쯤 2호선 합정역에 도착해 신도림역까지 이동하며 상황을 살폈습니다.
합정역 지하철 승장강에 들어서니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었습니다. 이 안내요원은 “순서대로 줄을 서 달라. 뒤로 이동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역사 내에는 파업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어 가능한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합정역을 통해 출퇴근한다는 한 시민은 “평소에는 이 정도 아니다. 오늘 너무 붐빈다”고 했습니다.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땀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열차 3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탈 수 있었습니다. 열차 안은 사람들로 빼곡했습니다.
신도림역에 도착하니 저녁 7시 20분쯤, 합정역에서 신도림역까지 이동하는 데 약 50분이나 걸렸습니다. 평소보다 두 배 정도 걸린 겁니다.
신도림역도 합정역과 마찬가지로 곳곳에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혼잡 완화를 위한 안전펜스도 설치돼 있었습니다.
다만 신도림역에 도착했을 땐 퇴근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사람이 많이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강남역에서 신도림역으로 퇴근하던 이나래 씨는 “오후 5시 반 퇴근하자마자 강남역까지 엄청 뛰어갔는데 반대 방향 승강장 앞까지 줄 서 있었다. 같이 뛰어서 퇴근하던 직장 동료는 포기하고 버스 타러 갔다“며 ”어떤 여자분 치마가 문에 끼었는데 열차가 그대로 출발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남에서 사당까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사당 지나니까 그나마 좀 나아지긴 했다"며 "멀미해서 계속 속이 울렁거린다"고 토로했습니다.
1호선은 2호선과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환승구간에선 다소 혼잡하기도 했지만 1호선 서울역과 종각역의 승강장은 전반적으로 붐비지 않았습니다.
오후 6시 10분쯤 서울역 환승 구간에서 근무 중인 한 역무원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인파"라고 했고, 10여분 뒤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만난 서울교통공사 소속 보안관도 "이 시간대에 종종 근무하는데 평소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 시민도 "파업하는 건 알고 있지만, 평소와 다른 건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JTBC와 통화에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퇴근이 집중되는 주요 시간이라서 배차 간격에 신경 쓰기 때문에 시민 입장에선 평소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서울역 승강장 내 상점에서 일하는 이모 씨는 "지금 오후 6시 30분인데 평소보다 오히려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한 시간 전쯤엔 평소보다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종각역 1호선도 혼잡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붐비는 퇴근 시간대인 저녁 7시에도 승강장의 모습은 전혀 붐비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 종각역 승강장에 있던 직장인 홍모 씨도 "매일 오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이곳을 이용하는데 평소와 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기 때문인지 파업을 알리는 안내방송이나 안내문도 서울역과 종각역 1호선 승강장에선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일부 코레일 운영 구간을 제외한 교통공사 운영 구간의 오후 6시 기준 운행률은 평소의 75.4%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이번 파업엔 서울교통공사의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만 동참했고, 내일(10일) 오후 6시까지 파업을 진행합니다. 다만 출근 시간대(오전 7~9시)는 노사 협정에 따라 100% 운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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