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방송3법 단독 처리…與, 탄핵 막으려 필리버스터 철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반대토론 권한을 내려놓았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준비했던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한 것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막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여당 관계자들은 밝혔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6개월간 방통위원장 업무가 정지되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여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필리버스터 긴급 철회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에 제동이 걸렸지만 논란이 돼온 쟁점법안인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총 4건을 여당의 퇴장 속에 15분 만에 일괄 처리하며 입법 독주를 이어갔다. 지난달 23일 여야 원내대표가 정쟁을 자제하는 ‘신사협정’에 합의한 지 17일 만에 다시 극한 정쟁 국면에 돌입한 모양새다.
● “野 탄핵안 보고에 필리버스터 전격 철회”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 필리버스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은 12~20명에 달하는 필리버스터 의원들 명단과 순서는 물론 14일까지 하루 4개조로 편성한 본회의장 지킴조까지 편성했다. 같은 시간 민주당도 여론전을 펼치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강행 처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예고해 법안들이 다 처리되려면 약 5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본회의에 보고한 것이 변수였다.
윤 원내대표는 “이때 필리버스터 전격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전까지 김진표 국회의장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설득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본회의를 이날 하루로 종료시키려 했다는 것.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되면 그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은 폐기된다.
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위원장 탄핵 카드를 언급할 때부터 (윤) 대표 혼자 국회법을 뒤져가며 고심해 왔던 ‘플랜B’였다”며 “전략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당 대표를 제외하곤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기 직전까지 의원들에게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던 의원들도 “몰랐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의 교감 없이 진행했다”며 “방통위원이 딱 2명인데 (탄핵되면) 일이 되겠느냐. 다른 장관 탄핵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방통위 마비는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 野, 15분 만에 노란봉투법 등 단독 처리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철회 후 모두 퇴장하자 정의당 등과 손잡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4개 법안을 야권 단독으로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17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기명투표로 진행된 해당 투표에서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기권했다. 방송3법은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올라오니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은 ‘파업 유도법’이나 노조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벼랑 끝에 있는 분들에게 손을 내미는 인권법안이고 방송3법도 방송과 언론 자유를 위한 핵심법안”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규탄대회에서 “국민 삶과 민생 경제는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정쟁만 키우느라 정신없는 민주당이 또다시 탄핵 폭거, 경제 죽이기 법과 방송 영구 장악법 날치기 처리를 했다”며 “최소한의 도의도 포기해버린 참 나쁜 야당”이라고 비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나칠 수 없었다”…‘10대 여학생 폭행’ 50대男 제압한 대학교수
- 이원석 검찰총장 “이재명 수사에 검사 탄핵…나를 탄핵하라”
- “악어 OOO 물었더니 살았다”…호주 농부의 구사일생 반격
- 노소영 “참담하고 민망…가정의 소중한 가치 법으로 지켜지길”
- 野, 노란봉투법·방송3법 단독 처리…與 필리버스터 철회
- 이준석 “영남 정치인들 편하게 놔두지 않겠다…광주도 출마 고려”
- 남현희 측 “전청조, 대질조사 때 태블릿PC 사용…구속 목적 부정”
- “남편이 안방 무단 침입 했다” 고소…법원 판단은?
- 與혁신위, 청년 비례 50% 할당 의무화·우세지역 배정 건의
- “남성과 동등하게 싸워”…‘병력부족’ 우크라, 여성 동원 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