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사 합의안 초안 공개되자…직원들 “이걸 안받아? 어이없네”
노조, 한낮 차도 막고 파업 출정식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9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시한부 파업으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다.
서울시와 교통공사가 이날 1만3000명이 넘는 대체 근무 인력을 투입해 출근길 불편은 없었지만, 낮 시간대에는 지하철 운행 대수가 평소의 80% 수준에 머물렀다. 대학생 정모(23)씨는 “한 달 전 요금을 올렸는데 파업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퇴근길 지하철역은 북새통을 이뤘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만난 김모(50·경기 광주)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몰려 열차를 3대나 그냥 보냈다”며 “서로 타려고 밀치다 보니 깔릴 것 같았다”고 했다.
노조원 600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2시간가량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무대 설치를 위해 오전 9시쯤부터 서울역 방향 5개 차로 중 4개 차로를 막아 이 일대 교통이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교통공사에는 총 3개 노조가 있는데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 1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가 주도하고 있다. 1노조와 함께 ‘연합교섭단’을 구성해 사측과 협상에 나섰던 2노조(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파업에 불참했다. 지난해 파업에는 동참했던 2노조는 최근 노사 협상 과정에서 파업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2030세대 노조원이 주축이 된 3노조(올바른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파업에 불참했다. 3노조는 전날 서울광장에서 별도로 ‘정치 파업 규탄’ 집회를 열었다. 교통공사 노조원은 1노조가 1만146명(63.7%), 2노조가 2742명(17.2%), 3노조가 1915명(11.5%)이다.
2노조의 파업 불참에 대해 한 노조 관계자는 “사내에 이번 파업이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맹목적인 정치 파업에 반대하는 3노조가 급성장해 조합원 수에서 2노조를 위협하고 있다”며 “2노조도 작년처럼 1노조를 따라갈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공사 측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연합교섭단이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보이지 않는 저의(底意)에 의해 협상 결과가 부정됐다”며 ‘합의서 초안’을 공개했다. 공사 관계자는 “전날 노사가 합의서 초안에 합의했는데 1노조가 갑자기 틀었다”고 했다.
합의서 초안에는 현장 안전 인력 660명을 신규 채용하고 노사공동회의체를 구성해 공사의 경영 혁신안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는 신규 채용 규모를 당초 388명에서 660명으로 늘렸고, 비핵심 업무 인력 383명을 자회사 등으로 보내기로 했다. 임금 인상률은 공공기관 기준에 맞춰 1.7%로 하되, 내년 지하철 개통 50주년 특별 포상과 직원 휴양소 사용 인원 확대 등 복지를 보완했다.
하지만 1노조는 일부 인원의 자회사 전환을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규정하며 합의안을 거부했다. 신규 채용 인원도 771명으로 늘려 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합의서 초안이 공개되자 내부 게시판에는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합의안 괜찮구먼. 이걸 안 받아?” “소수의 극렬 노조 간부들에 의해 수많은 직원들이 피해를 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 회사가 민노총 본진이냐” “시장이 박원순 시장이라도 파업했겠느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직원들 사이에선 “1노조가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 위반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직원과 시민들을 볼모로 명분 없는 파업을 강행했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9월 교통공사 노조 간부 상당수가 타임오프제를 위반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사는 타임오프를 사용한 노조 간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무단 결근이 확인된 4명은 직위 해제했다. 조사 대상자 중에는 1노조 간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시민의 불편을 볼모 삼은 명분 없는 파업에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며 “원칙 대응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파업 2일 차인 10일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 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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