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멈출 수 없는 노동, 필수노동자 대책

기자 2023. 11. 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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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 광주, 충남, 부산 등에서 노동정책이 만들어졌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의 노동정책 수립이었다. 청소, 경비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물론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생활임금, 감정노동, 유급병가, 산업안전, 휴가비 지원은 물론 노동이사제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정책들이다. 되짚어 보면 아르바이트 권리장전과 마을노무사 및 노동권익센터, 직장맘지원센터, 어르신돌봄센터 등과 같은 제도적 기반도 함께 추진되었다. 그러나 243개 지자체 중 아직도 조례나 정책조차 수립하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사이 사회경제적 환경은 더 급속히 변화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급습은 기후위기와 필수노동자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몇몇 지방정부는 민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사실 일선 지자체에서 ‘노동’은 낯설고 힘겨운 영역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선제적 정책은 때론 국가 정책을 선도하기도 한다. 보편적 정책 실현 이전에 과감한 ‘정책 실험의 장’으로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정책들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서울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정책은 그 의미가 크다.

성동구는 국내 최초로 필수노동자 법제정 이전에 최초로 조례를 제정(2020년 9월)하고 방역안전 물품지원과 백신 우선 접종을 지원했다. 주로 요양보호, 장애인활동지원, 보육 및 사회복지 종사자가 다수다. 올해는 필수업무 지정 6개 분야 64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다. 여성 89%, 비정규직 52%, 평균 연령 52세, 월평균 임금 201만원.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건이 숫자로 확인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월6일 필수노동자 정책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직종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조성, 생활임금 적용 추진, 저소득 직종에 소득 지원 및 사회안전망 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노동자는 재난안전 상황에서도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주로 공공행정이나 보건의료, 돌봄, 운송업 종사자들이 해당된다. 취업자 중 최소 196만명에서 최대 486만명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도 원격업무가 불가능하기에 최전방에서 일해야 했기에 ‘조용한 영웅’로 지칭했다. 최소한의 사회적 기능 유지를 위해 ‘멈출 수 없는 노동’으로도 불렸다. 우리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주목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필수업무 종사자 지원 법률(2021년 5월)까지 제정했다.

하지만 2년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방치된 것처럼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243개 지방정부도 다르지 않다. 필수업무 종사자 규모 파악은 17곳뿐이고, 종사자 지정은 11곳에 불과하며 대책 수립은 10곳이 채 안 된다. 반면에 일선 현장의 노동자들은 사회적 인정과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 “우리한테 마스크도 주고, 한참 코로나 심할 때 너무 도움 됐어요. 우리한테 관심 가져주니까. 나도 필수노동자구나!”라는 말속에서 여러 의미가 전달된다. 필수노동자의 중요성과 가치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회적 발언권과 역량 제공의 필요성이다.

영국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필수노동자 생활 프로그램 등 각종 지원 정책을 시행했고, 독일 뒤셀도르프의 게레스하임시는 시 소유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청약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복지 사업을 추진한다. 국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정책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몇년 후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필수노동자의 사회적 가치와 위험이 반영된 노동조건 개선과 사회적 돌봄 분야 등 공공서비스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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