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불법추심 원금도 무효 … 약자 피빠는 범죄 처벌수위 높여라"
철저한 수사·대책 마련지시
"빚독촉 시달리다 극단선택
세모녀 사건 가슴 아프다"
용산 소방의날 행사도 참석
순직소방관 이름 호명하며
"재난시스템 물심양면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행정안전부,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수장을 모두 불러들여 불법 사금융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그만큼 불법 채권추심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 대신 불법 사금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고, 무거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성 착취나 인질화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9일 오후 윤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관계기관장과 불법 사금융 피해자 등 30여 명과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 모녀 사건을 접하고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경험이 없는 청소년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팬카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대리 입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10만원의 소액을 빌려주고 수고비, 지갑비라는 갖은 명목으로 연 5000%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며 협박, 폭행,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30대 여성이 100만원을 빌렸다가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고 성 착취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며 "이런 것을 완전히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하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들은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처단하고,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 기준 상향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당초 참석자 명단에 없던 김창기 국세청 청장을 특별히 불러 "강력한 세무조사를 통해 불법 사금융으로 얻은 수익을 단 1원도 은닉할 수 없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발생해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과 불법 사금융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서민생계금융을 확대하고 개인 파산 및 신용 회복 절차를 정비할 것"이라며 "환수된 범죄수익을 피해자 구제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비롯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을 넘어선 계약이라도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돈을 빌린 차주는 원금과 20%의 이자까지는 갚아야 한다. 다만 연 20%를 초과한 이자는 무효다. 냈더라도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행위를 근간으로 한 상사법정이자율이 연 6%인 상황에서 사채업자 등에게 불법 계약으로 연 20% 이자를 보장해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도 2020년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놓고 불법 사채업자에게는 상사이자율(연 6%)만 보장해주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 사금융의 경우 원금과 연 6% 이자만 보장받게 된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등록 대부업자는 명칭이 불법 사금융업자로 바뀌고, 최고금리(연 6%)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현재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제61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는 우리 소방 조직이 세계 최고의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헌신하신 순직 소방공무원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의 대형 화재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고(故) 이형석 소방경, 고 박수동 소방장, 고 조우찬 소방교와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자 화염 속으로 들어갔다가 사망한 고 성공일 소방교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우제윤 기자 / 양세호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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