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무슨 죄인가"… 퇴근 지옥된 서울 지하철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3. 11. 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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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이용객 불편
운행률 감소에 비까지 내려
시민들 승강장에 몰려들어
기다려도 못타고 놓치기 일쑤
한국노총 불참에 반쪽 파업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9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한 파업으로 '퇴근길 대란'에 직면한 직장인들이 이날 저녁 서울 충무로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대로는 도저히 집에 못 가겠다. 그냥 나가서 밥 먹고 만화방 같은 곳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집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퇴근시간인 9일 오후 6시께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장 모씨는 지하철역에 구름처럼 몰린 퇴근길 인파를 보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률이 감소한 가운데 이날 오후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많은 지하철 이용객이 불편을 호소했다.

본격적인 퇴근시간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후 5시 시청역 상황도 비슷했다. 시청역 2호선 승강장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단까지 줄을 서서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40대 직장인 한 모씨는 "지하철 파업 소식에 버스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비가 오면서 길이 막힐까 봐 지하철을 택했다"며 "평소보다 이동시간을 앞당겼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충무로역, 시청역뿐만 아니라 인파가 많이 몰리는 다른 역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릉역에서 상왕십리역으로 지하철을 이용해 귀가한 이 모씨는 "파업 소식에 서둘러 퇴근했는데도 아침 출근길과 달리 평소보다 인파가 더 몰렸다"며 "갑자기 비가 내리자 우산 없이 비를 피해 지하철로 내려온 사람들이 몰려 평소보다 훨씬 혼잡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께 을지로3가역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열차를 한 번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어떻게든 타려고 하면서 열차 안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9일 오전 9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시작 시간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출근시간대 이후라 '출근길 대란'은 어느 정도 피했지만, 파업이 시작된 이후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피로도가 커졌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파업 미참여자, 협력업체 직원 등 인력 1만3500명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근시간대에는 평상시처럼 열차를 100% 운영하고, 퇴근시간대에는 평소의 82%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용 인원이 많은 지하철 2·3·5호선에 비상 대기 열차 5대를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인파가 몰리는 퇴근시간대의 혼잡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10일 오후 6시까지 '시한부 파업'을 진행한다. 다만 이번 파업이 서울교통공사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이 불참한 '반쪽 파업'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향후 협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크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인 서울교통공사노조(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통합노조)로 나뉜다. 이들이 연합교섭단을 꾸려 서울교통공사 측과 교섭을 진행한다.

이번 파업이 '반쪽'이 된 것은 사측의 인력 감축안을 놓고 노조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최종 협상 당시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과정에서 공사노조와 통합노조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연합교섭단은 공사노조 관계자 8명, 통합노조 관계자 4명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통합노조 소속 대표는 모두 '파업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협상 당시 사측이 제시한 협의문에는 '신규 채용 660명 추진' '불합리한 임금 잠식을 해소해 정부 지침(2023년 1.7%) 내에서 인상폭을 최대로 할 수 있도록 협의' 등 내용이 포함됐다. 통합노조 소속 대표는 사측 변화가 과거보다 진전된 안인 만큼 합의하려고 했지만, 공사노조가 사측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정석환 기자 /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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