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일과 환경 보호 딜레마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326쪽 / 1만 7000원)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 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하고선 충격과 의아함을 느꼈다.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보다 저렴한 패딩 가격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 아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패션 플랫폼은 왜 종종 우리에게 공짜로 덤을 얹어주고, 환불도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줄까' '우리는 본인이 옷을 사는 이유를 스스로 명쾌히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가 영위하는 의(衣)생활과 매우 밀접함에도 그간 우리가 따져 묻기를 망각해 온 물음들을 파고든다. 소비자 심리학을 아우르는 접근을 통해 오늘날 패션업계의 경영 전략이 어떻게 소비자 개개인을 옭아매는지, 또 그런 행태가 어떻게 환경파괴를 부채질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낸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한번 물건을 소유하고 나면 이전보다 그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패션기업은 이런 '소유 효과' 심리와 무료반품 혜택을 활용해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저자는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 활동하며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저자 한 명만이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한다.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기업 차원에서 벌어지는 긍정적 변화도 담겨있다. 패스트패션의 폐해가 지적되기 시작한 게 20여 년 전인 만큼 개개인뿐 아니라 참된 의미의 친환경을 실천하는 패션기업도 분명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중고거래와 의류 대여 전문 플랫폼, 순환경제 모델 실천을 애쓰는 패션기업 등도 등장한다. 사람들의 의생활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여러 주체 사례를 고루 소개한다.

이렇듯 이 책에선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다.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