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는 ‘빵·라면 사무관’ 등장… 정부 “모든 차관 ‘물가책임관’ 지정”

강주리 2023. 11. 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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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농식품부 등 14개 부처 차관·간부 총출동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신속한 물가 대응 위해 현장반 설치
기재부 계란·대파·배추 산지 점검
28개 농식품 물가 담당 공무원 지정
산업부, 연말까지 6천개 주유소 점검
aT 김장비용 21.8만원, 9.4% 하락

김병환 차관,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이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9 기획재정부 제공
이마트, 16일까지 김장 행사 - =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이마트를 찾은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이날 이마트는 김장철을 앞두고 오는 16일까지 ‘김장대전’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배추 1포기 가격은 950원꼴로 이마트가 10년 전에 판매하던 가격과 동일하다. 2023.11.9 연합뉴스

정부가 모든 차관에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부여하고 물가잡기에 올인했다.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14개 부처 차관과 간부가 총출동하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도 본격 가동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 등 물가·민생 안정대책을 점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첫 물가관계차관회의다. 앞으로 모든 부처 차관은 각자 소관 품목의 가격·수급을 점검하고 품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하게 된다.

일부 물가 담당 부처 중심으로 대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 중심의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각 부처는 신속한 물가 대응을 위해 자율적으로 현장 대응반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물가안정 현장대응팀을 가동해 계란·대파·배추 등 주요 농축산물 산지를 점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도 물가안정대응반을 가동해 산지·유통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수산물 물가 현장 점검하는 박성훈 차관 -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이 9일 서울시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을 방문, 수산물 물가안정 이행 대책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2023.11.9 해양수산부 제공.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 -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3.11.9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체감 높은 빵·우유·라면 등 9개 밀착관리
커피·음료업체 달려간 간부 “협조 당부”

농식품부는 이날 한훈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빵 등 28개 주요 농식품 품목의 물가 관리 전담자를 지정하는 ‘농식품 물가 관리 대응체계’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수급상황실은 당초 식량정책실장이 상황실장을 맡아왔으나 이제는 차관 직속으로 격상해 매주, 매월 농식품 물가를 엄중 관리하기로 했다.

수급상황실은 ▲총괄반 ▲원예농산물반 ▲축산물반 ▲식량·국제곡물반 ▲식품·외식반 등 5개 반으로 구성된다.

원예농산물반에서 배추, 무, 사과 등 9개 품목을 관리하고 축산물반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 4개 품목을 전담한다.

또 식량·국제곡물반에서는 쌀 가격을 집중적으로 보고, 식품·외식반에서는 빵, 우유 등 식품 9개 품목과 햄버거, 치킨, 피자 등 외식품목 5개 등을 관리한다.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 -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1.9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빵·아이스크림도 ‘줄인상 우려’ -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1일부터 흰 우유 제품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이달 우유 가격 인상 이후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우유 판매대. 2023.10.2 연합뉴스
국제 설탕 가격 35% 상승 - =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 설탕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달 14일 751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인도의 설탕 수출 할당 물량(쿼터)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다음해 태국 원당 생산량 감소 전망에 따른 것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제품들. 2023.10.18 연합뉴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껏 신선 농축산물 중심으로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해 왔으나 앞으로는 가공식품도 물가 체감도가 높은 빵, 우유, 스낵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 9개 품목을 중심으로 사무관급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농축산물 물가는 기상재해 여파로 1년 전보다 8% 상승했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4.9%, 4.8%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3.8%)을 웃돌았다. 농식품부는 기상 악화와 가축전염병 발생 등을 물가 변수로 꼽았다.

간부들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이날 마포구 국내 커피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 본사를 찾아 “할당관세,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등 정부 지원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격 안정에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할당관세 연장도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커피는 물가 가중치가 높고 소비자 체감도도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양 정책관은 또 경기 안성시 롯데칠성음료 안성공장을 찾아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음료·주류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음료, 주류 등의 수출 선전으로 올해 들어 10월까지 농식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74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면서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40년 서민음식 라면, 그동안 가격 8배 올랐다 - 한국물가협회 ‘10월호 월간 물가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서민음식 라면, 국수 가격이 8배가량 오르고, 소주가 5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2023.10.17뉴시스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 -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석유협회 대회의실에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9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기름값 뛸라…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

산업부 중심의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은 매주 주유소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유통 단계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호현 에너지자원실장 주재로 업계와 기관간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석유제품 가격 동향과 가격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국민의 석유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및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연말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점검단을 또 연말까지 6000개 이상 주유소의 가격·품질을 특별점검하고 유류세 인하 연장 등 가격 안정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한다. 이미 그간 약 3000개 이상의 주유소 점검을 실시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www.opinet.co.kr) 사이트와 앱을 통해 경로별, 지역별, 고속도로별로 가격이 낮은 주유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는 위법행위 주유소도 지도에 공개한다.

주유소 기름값 4주째 하락 -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729.02원으로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23.11.5

산업부는 지난달 14일 한-아랍에미리트(UAE)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타결로 인해 내년부터 UAE에서 수입되는 원유에 대한 관세가 인하돼 국내 석유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실장은 “민생부담 완화를 위해 정유업계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서는 7월 수준인 배럴당 80달러 초반대로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물가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국제유가는 지난 7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1.6달러, 휘발유 가격은 이달 첫째주 현재 ℓ당 1746원으로 완만한 하락세다.

앞으로 부처 간 공조가 필요한 사항은 매주 열리는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공유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마트 김장 행사, 배추 1포기 10년 전 가격으로 -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이마트를 찾은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이날 이마트는 김장철을 앞두고 오는 16일까지 ‘김장대전’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배추 1포기 가격은 950원꼴로 이마트가 10년 전에 판매하던 가격과 동일하다. 2023.11.9 연합뉴스

김장 배추 1년 전보다 13.8%↓, 무 45%↓
소금은 15% 올라…대파 14%·생강도 9%↑

기재부에 따르면 배추는 관련 대책 발표 이후 지난 7일 기준 가격이 지난 달 초보다 50%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6일 기준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이 21만 8425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4%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 유통업체에서 주요 김장재료 14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품목별로 보면 김장 주재료인 배추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13.8% 하락했고, 무 가격은 45.1%, 깐마늘은 32.0%, 양파도 25.7% 낮아졌다. 새우젓과 멸치액젓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1.0%, 5.0% 하락했다. 다만 소금은 14.6% 비싸고 대파와 생강도 각각 13.9%, 9.9% 올랐다.

aT 관계자는 “배추는 출하 지역이 확대되면서 공급이 증가하고 있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휘발유·경유 가격이 4주 연속 하락하고 농산물 가격도 점차 안정화되는 등 물가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물가 안정 기조가 안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소금값·택배비 인상’에 올해 절임 배추 작년보다 비싸 - 올해 절임 배추 소비자 판매 가격이 20㎏ 기준 5만 원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5천 원가량 올랐다. 배춧값은 1년 전(7천257원)보다 5.9% 내렸지만, 소금값, 인건비, 택배비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절임배추 포장박스. 2023.10.11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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