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3법 통과에 "공영방송 편파성·비효율 우려"...재의 요구키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표결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회의 편파성 등을 우려하며 법률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키로 했다.

방통위는 이날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같은 입장문을 냈다. 방송3법은 한국방송공사(KBS), 문화방송(MBC),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지배구조 변경을 다루는 법이다. 현행 9명(MBC·EBS), 11명(KBS)인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각각 21명까지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법안은 야당이 여·야 간 합의 없이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강행처리한 것"이라며 △이사회의 사회 각 분야 대표성 부족 △이사회 편파성 우려 △이사회 비효율성 제고 △절차적 정당성 부족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대표성 부족과 관련, 이사회 이사 21명 중 국회 추천 인사 5명을 제외한 16명이 모두 방송 분야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경제·법률·지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직종 대표 단체의 경우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단체도 있고, 여러 단체 중에서 3개 단체만이 대표성을 갖는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대했다.

아울러 이사 추천 단체들을 겨냥해 "특정 이념에 편향적인 단체들이 추천한 이사들로 이사회 다수를 구성해 편파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방송사 집행부나 노동조합 대표 등이 선정하는 시청자위원회가 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이사 수 급증으로 운영비용 증가, 비효율적 의사결정 등으로 이사회의 비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법안처리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짚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방식의 변경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여러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사항"이라며 "그런 사항을 지금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는 처리하지 않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여·야 간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강행처리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유수의 공영방송사들도 운용 채널이나 재원구조 개편 등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는 이사 수를 늘리는 외형적인 변화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영방송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방통위는 법률안에 대한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안'을 제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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