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농촌에 뿌린 문화예술 씨앗…연극으로 탄생

KBS 지역국 2023. 11.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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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문화K, 지역 문화가를 일구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노인 거주 비율이 높은 농촌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즐기고 누리기가 어렵죠.

이렇다 할 노인 문화가 없는 김제 시골을 찾아다니며 문화예술 교육을 하는 청년예술가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예비 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의 황유진 대표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문화K와 한 해 전쯤 만난 인연이 있죠?

김제 광활면 할머니들의 생애 첫 전시를 취재하면서였는데요.

평균 나이 85세의 할머니들이 멋진 그림을 그려내던 모습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번엔 이 할머니들과 연극을 만드셨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답변]

연극의 내용은 광활면에 사는 할머니들의 광활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극의 시작은 안나 할머니가 일기장에 소원을 적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안나할머니는 짝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일기장에 소원을 적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데요.

소원을 이루는 신기한 일기장이 돌고 돌며 마을 어르신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할머니들의 연세도 그렇고, 연극 출연 자체가, 처음인 분들일 텐데요.

지난해 그림 그리기에서 올해는 연극에 도전하신 건데요.

색다른 도전에 나선 이유가 있다고요?

[답변]

3년 차까지는 용평마을 어르신들과 그림 그리기 수업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고스톱이 낙인 어르신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자 예술가인 저희가 가장 잘하는 것을 지도해드리고 있었는데요.

햇수가 쌓이면서 그림 실력이 앞에 서 나가는 분들이 생기니 자신감을 잃고 붓을 꺾으신 어르신들이 계셨어요.

그분들이 이제 반대파 할머니로 불렸는데요.

어떻게 하면 한 마을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이 어르신들이 모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극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지난해 할머니들의 생애 첫 전시도 놀라움과 감동의 순간이 있었는데요.

연극을 본 할머니들, 그리고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답변]

수업과정을 기록하고 아카이빙해서 지난 10월에 전주 기린미술관에서 전시했었는데요.

지팡이 대신 벽을 짚어가며 본인들이 하신 말씀을 하나하나 읽어가시는 모습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저희에게도 감동이었습니다.

이 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필요했는데요.

슬픈 이야기는 다시 들추어 꺼내고 싶어하지 않는 어르신들에게서 이야기를 수집한다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강사 선생님께서 나섰는데요.

타로를 볼 줄 모르지만 마치 타로를 보는 것처럼 연기해서 지난 이야기들을 수집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연극연습 위해 대본을 리딩 하다가도 그런데 이 이야기는 어떻게 알았냐고 놀래셨고, 혹시 상처가 될 수 있는 기억을 다시 직면 하는 게 걱정스러 회의를 많이 했었는데요.

정작 어르신들은 분량이 적게 나올 때 속상해하셨습니다.

40, 50, 60이 넘은 어르신들의 자녀분들은 우리 엄마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며 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효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들 해주십니다.

[앵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지역 안팎의 청년 예술가들이 이랑고랑과 함께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이랑고랑이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변]

이제는 헤어지면 가슴 아픈 사이가 되기도 했지만요.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문체부 주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이거든요.

누구나 문화향유라는 능력과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저희 어르신들과의 예술적 행보가 외롭고 무료한 노인문화에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할머니들의 그림을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도 하고, 상품 모델로 참여하게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림을 가르쳐 드렸던 38년생 할머니 한 분이 이랑고랑의 인턴에 채용됐다고 하던데요.

할머니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이랑고랑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은 뭔지, 궁금합니다.

[답변]

노년의 업무를 청년과 중년에 견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팔십에 이르는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고, 문화를 향유 하고 창작하는 활동이 주거하는 마을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과 그림을 그리던 3년 차에 어르신들을 디자이너로 양성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요.

첫 시도를 모 금융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이 찍은 사진과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고 일러스트 페어에서 선을 보이며 판매하고 지역에선 청년창업가의 패키지 상품에 어르신의 그림을 입혀 제작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그림 전시, 올해 연극까지, 이랑고랑의 그간의 결과물을 보니, 할머니들과 또 어떤 일을 해내실지 궁금해지는데요.

또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촌 지역 노인들이 적지 않은데, 앞으로 활동 계획을 더 확장해 갈 계획이 있으신가요?

[답변]

한 대상과 4년 차 진행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요.

활동 범위를 넓히기보다 한 곳에서 깊이를 다지며 한해 한해 쌓아가며 저희 어르신들을 노인문화의 선구자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면 그것을 바라보는 분들께서 노년이 되어도 청춘을 그리워하지 않고 새롭게 인생의 페이지를 만드는 자아실현이 되는구나! 라는 인식이 확산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시민의 주체적 욕구들이 생겨나면 노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고맙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 이랑고랑 황유진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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