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이재명 지키려 ‘방탄탄핵’…날 탄핵하라”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 소추안 발의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반발했다.

이원석 총장은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다. 검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다.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 그래도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 대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검찰총장을 탄핵하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비위에 빗대 검사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뇌물 받은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관을 추행한 국회의원 등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상, 법률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대표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를 포함해 탄핵 발의된 것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을 그리고 사법을 정쟁에 끌어들여서는 안 되며 끌어들일 수도 없고 끌어들여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두 검사 탄핵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사건 처리 9년 만에 탄핵됐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는 기소 1년 반 만에 탄핵됐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민주당에서 얼마 전에 의혹을 제기하고 바로 탄핵됐다”며 “그렇게 탄핵이 될만큼 비위가 명백하다면 왜 9년이나 1년 반이나 놔두고 이 시기에 탄핵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수원지검 수사를 진행하는 이 차장검사 직무가 정지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수사에 차질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어떠한 외압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이 제대로 수사 결론을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안 차장검사는 지난 9월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2014년 ‘보복기소’했다는 내용으로 탄핵 소추된 인물이다. 손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인 2020년 4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건희 여사 등이 피해자로 적시된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쪽에 전달했다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정섭 차장검사에게는 위장전입과 범죄기록조회 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손 검사장과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이후 대검은 출입기자들에게 “민주당의 반복적인 다수 검사 탄핵은 제1당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고 탄핵을 통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