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간 등 주제 동시대예술로 지역미술 발전 이끈다 [지방기획]

오성택 2023. 11. 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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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년 맞은 부산현대미술관
문화 불모지 서부산권 을숙도에 건립
동시대 공유 가치 반영한 예술품 수집
지역 작가·부산비엔날레 출품작 중시
지역공공미술관으로 글로컬리즘 지향
건물 외벽은 ‘수직정원’ 조성해 명물로
지역민들에 다양한 예술적 경험 제공
연령별 참여형 프로그램 만들어 교육
‘모카이브’선 심층적 미술 탐구 가능해

부산현대미술관은 부산 지역 동·서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를 위해 문화·예술 불모지 서부산권 을숙도에서 2018년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자연’과 ‘뉴미디어’, ‘인간’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일관성 있는 미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또 동시대미술 전문 기관으로 21세기 최신 미술 흐름을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건물 외벽을 덮고 있는 ‘수직정원’은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지역 명물이다. 이 정원은 프랑스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이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서 자생하는 175종 40만그루의 식물을 심어 사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미술관 벽면을 통해 관찰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야간 전경
◆자연·뉴미디어·인간 중심

부산현대미술관은 전체 부지 2만9900㎡에 연면적 1만5312㎡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총 5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1층 제1전시실은 1601㎡의 크기를 자랑하며 전시실 우측 공간은 2층과 연결돼 약 12m의 높이로 웅장한 규모다.

이 같은 높은 공간은 초대형 미술 작품이나 각종 설치미술을 선보이는 데 유리하다. 2층 제2전시실의 경우 2063㎡로 미술관에서 가장 넓다. 1층과 연결된 이 공간에서는 1층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3층에 마련된 ‘모카이브(미술관과 기록 보관의 합성어)’는 미술 전문 도서와 정기간행물, 각종 영상 자료, 전시 및 작가 관련 자료 8500여점을 보관 중이며, 미술 애호가 및 미술 전문인들에게 미술에 대한 심층적 탐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에 마련된 제3∼5전시실은 모두 합쳐 2225㎡의 규모로 실별로 독립돼 있지만, 갤러리들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대형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 ‘책그림섬’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에 1만1500여점의 장서를 구비하고, 어린이들에게 특화한 공간을 제공한다.

◆다양한 동시대미술 작품 소장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시대에 공유되는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영상과 뉴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을 진행해 왔다. 미술관 전체 297점의 소장품 중 영상, 뉴미디어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 75%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2000년 이후 제작된 작품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은 동시대성을 표방하려는 미술관 컬렉션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최근에는 평면·사진·입체 등 전통 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동시대미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소장품 수집의 기본 방침을 토대로 부산현대미술관이 수집해 온 컬렉션의 의미와 가치를 분석하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과 부산비엔날레 출품작 중에서 미술관의 방향성에 적합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 미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문화도시 ‘부산’의 면모를 강화하려는 유의미한 시도이기도 하다. 지역공공미술관으로서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할 지역성과 국제적인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글로컬리즘(세계화와 지역화의 결합)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동시대를 투영하는 특정 사건과 인물, 사회문제, 관심사 및 기술적 환경의 변화를 담은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사유와 실천을 담아내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제11회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품인 히라 나비의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비롯해 오웬 라이언의 ‘개소리’, 바셈 사드의 ‘비틀린 역행’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조승호 작품(수평적 직관 16)
◆다양한 대중 교육프로그램 운영

부산현대미술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각의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 대중이 동시대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교류의 장소로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전시와 연계를 통해 미술관과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미술관의 주요 의제인 자연, 인간,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정기 프로그램과 계기성 특별 프로그램을 적절히 배치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예술 교육을 제공한다.

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대미술을 향한 관심과 이해를 증진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교육 대상을 세분화하고 대상에 적합한 교육 내용으로 예술가 및 전문인과의 협업을 통한 다학제적 미술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령별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 대상 ‘꼼지락’ △성인 및 가족 대상 ‘교실’ △시니어 대상 ‘사부작사부작’ 등의 정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어린이와 유아 단체로 나눠 운영되는 ‘꼼지락’은 주체적인 전시 감상 경험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어린이의 열린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성인 및 가족 대상 ‘교실’은 미술관 전시를 다원화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예술적 가치를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시니어 대상 ‘사부작사부작’은 창의적인 문화 주체자로서 시니어층을 바라보며 미술관이라는 공간 속에서 예술을 일상과 연결하는 지점을 찾는다.
◆미술 작품의 디지털 정보화

모카이브는 미술관 기록을 보존하는 공간이자 미술 정보 자원을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로, 비정기적인 연계 프로그램이나 아카이브(미술 작품 디지털 파일) 전시를 진행하는 장소다.

모카이브에서 열람이 가능한 것들은 동시대 예술 관련 도서, 미술, 철학, 문화 등을 다루는 잡지(정기간행물)와 국내외 미술관에서 발간되는 전시 도록 및 책자 등이다. 또 부산현대미술관 소장품 작가들의 아날로그 아카이브와 단채널 영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와 관련 있는 영상이나 자료 열람도 가능하다.

특히 전시와 연계를 통한 아카이브 전시 등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모카이브에서 직접 아카이빙한 자료들을 가공해 상영도 한다. 또 소장 아카이브의 80% 이상이 디지털로 구축돼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만 없다면 개방과 공유의 패러다임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료들은 크게 기관기록과 수집기록, 도서컬렉션으로 분류된다. 각각의 컬렉션과 파일마다 맥락에 따라 다른 계층으로 분류된다. 기관기록의 경우 미술관의 활동(건립, 전시, 교육 등)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증거적 가치와 정보적 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자료들로, 전시의 경우 전시 기록이 가공된 형태로 출판돼 전시 기획 단계부터의 레퍼런스(창작물을 만들 때 참고로 하거나 영향을 받은 다른 창작물)와 연구 도서, 작가 조사, 디자인 무드 보드와 같은 리서치 자료, 각종 전시와 관련된 글의 텍스트 원본, 프로토타입(시제품) 등 전시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아카이브를 촘촘하게 수집하고 있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생태공원에 자리한 미술관… 새로운 ‘생성의 장소’로 전환”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아 부산현대미술관의 미래 비전을 미술관 정체성 강화와 현대미술의 대중화, 미술관의 핵심 기능 강화 및 미래형 미술관 구축으로 설정하고,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을 정립하고 개방성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강승완(사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강 관장은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 위기라는 문명사적 변혁기를 맞아 국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공유·확산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신생 미술관의 기틀을 수립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을 혁신하고, 주요 사업들을 중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가진 을숙도생태공원에 자리 잡은 미술관이라는 입지를 살려 자연 속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부산현대미술관의 특징으로 미술관의 입지적 특성을 꼽았다. 천연기념물(179호)로 지정된 을숙도생태공원에 들어선 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과 생태 주제 프로그램들의 지속적인 실행으로 ‘생태적 상상력’과 ‘상생’의 미술관을 구현해 을숙도를 새로운 ‘생성의 장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술관의 정체성은 결국 콘텐츠에서 좌우된다. 실험적인 동시대 현대미술의 양상에 집중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은 국제적인 미술관을 지향하며, 지역성과 글로벌을 잇는 주제 개발과 소통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른 미술관과 가장 차별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올해 ‘부산모카 시네미디어’와 ‘부산모카 플랫폼’ 2건의 정례전을 신설하고, 내년에는 국제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 관장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적용할 로고와 상징(MI) 변경 작업을 통해 디자인이 미술관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눈여겨봐 달라”며 “모든 미술관 활동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가시적인 결과물로서 질 높은 전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과 세계를 소통·연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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