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칼럼] 과거로 이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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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당 얘기로 뜨겁다.
신당론의 토대는 과거와 현실의 두 가지에 있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제3지대 신당의 출현은 총선 구도와 총선 이후 정치지형까지도 바꿀 수 있다.
물론 거론되는 인사들이 주도하는 신당이 현실 정치의 대안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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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찾기가 해법 될 수는 없어
대통령 행보 국가적 단결의 중심이어야
정치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당 얘기로 뜨겁다. 신당론의 토대는 과거와 현실의 두 가지에 있다. 현실은 부정 평가가 50%를 넘는데도 중도층을 외면하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거대 야당의 문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정치 지형이다. 신당 이야기의 한편에서 꿈틀대는 ‘탄핵의 강’과 ‘조국의 강’은 대표적이다. 저 두 강은 위세가 대단치 않아 보일지라도 언제든 내년 4월 총선에 기름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만 해도 예고한 대로 비법률적 방식, 총선 출마를 통한 명예회복에 나서면 중도 무당층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범민주 진보진영과 궤를 같이하는 점에서 파장은 ‘탄핵의 강’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작다.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대구경북(TK)지역,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귀착된다. TK정서에 맞춰 혼자서 안동의 유림을 찾았고,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선 세간의 오누이 얘기를 꺼냈다. 따가운 시선에도 보수 성지에 가고, 과거 권력을 2주 사이 두 차례 만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후보자에 정통 TK출신이 지명된 것은 공교롭다 해도 많은 조치들이 TK 보수 결속에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경환 전 부총리를 비롯 여권과 껄끄러운 친박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뤄지면 탄핵 책임 공방은 불가피해진다. 이들을 당에 끌어들여 포용하는 방안도 있겠으나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그대로 방치해서 제2 친박연대라도 시도된다면 수도권 집중의 총선 전략까지 흐려질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영남 신당을 시사하고 대구 출마를 배제하지 않는 것은 이 약한 고리를 치는 격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해법 찾기의 구심점은 TK지역이고, TK여론을 움직이는 박 전 대통령일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찾기는 이번 두 번으론 부족할 수 있다. 만날 때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배울 점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행보가 국민의 마음을 모으려면 국가적 단결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어려워하는 곳, 보듬어야 할 곳이 어디 TK뿐이겠는가. 탄핵된 대통령과의 만남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퇴행이란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취임 몇 달 만에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어선 대통령에게 적잖은 이들이 지지를 보낸 것은 ‘이재명’을 떨어뜨려서도 과거와의 화해를 해서도 아니다. 욕을 먹더라도 국가 미래를 위해선 사심 없이,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거침없는 행보와 발언이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와 사회의 미래와 바꿔치기하는 던지기식 정책까지 겹치며 믿음은 TK지역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지금 신당설은 이 같은 여권의 심리적 이탈자들이 중심이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제3지대 신당의 출현은 총선 구도와 총선 이후 정치지형까지도 바꿀 수 있다. 물론 거론되는 인사들이 주도하는 신당이 현실 정치의 대안일지 알 수 없다. 이해를 같이하는 사람과 붕당을 만들어, 뜻을 달리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의 구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당 출현이란 가능성의 공간이 열린 것은 여당, 야당의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과거로 퇴행하는 정치, 적과 대립구도를 만드는 정치, 그렇게 작동을 멈춰버린 정치가 신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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