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시위대가 길 막자... 차에서 내려 권총 탕 탕, 2명 사망

이혜진 기자 2023. 11. 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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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 둘러싼 반정부 시위 격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는 케네스 달링턴(77). /엑스(트위터)

백발 노인이 중미 파나마의 고속도로에서 길을 막고 시위하는 환경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이 숨지는 참변이 일어났다. 파나마에서는 최근 외국 업체에 최장 40년간 광산 개발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도로 점거 등으로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지금까지 4명이 사망했다.

8일(현지시각) CNN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80㎞ 정도 떨어진 팬아메리칸 고속도로에서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를 하던 시위대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발이 묶였던 케네스 달링턴(77)이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시위대와 말다툼을 하다 그대로 총을 발사했다고 한다.

목격자들이 엑스(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백발 노인이 차량에서 내려 시위대를 향해 다가간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몇마디 하더니 곧바로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고, 그렇게 시위대를 권총으로 위협하면서 시위대가 들고 있던 바리케이드와 타이어 등 장애물을 치운다.

곧 시위대와의 싸움이 격해지는 듯 하더니 이 노인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을 맞은 한 남성은 자리에서 곧장 쓰러졌고, 다른 남성도 몇 걸음 이동한 뒤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노인은 범행 후에도 현장을 벗어나지 않고 장애물을 계속 치운다. 당시 현장에는 시위대를 비롯해 방송, 신문 등 언론 관계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케네스 달링턴(77)이 파나마 반정부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이다 이내 총을 발사했다. /엑스(트위터)

더 타임스에 따르면 희생자 중 한 명인 압디엘 디아즈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이반 로드리게스(62)는 인근 산 카를로스 마을에 있는 후안 베가 멘데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다. 파나마 태생의 미국 국적의 달링턴은 은퇴한 변호사로, 과거에도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파나마 공공안전부는 “경찰이 노년층인 이 남성의 신원을 확보해 체포했다”며 관련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화요일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파나마는 최근 캐나다 업체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을 가진 ‘미네라 파나마’가 대규모 구리 광산 개발권을 2021년 12월부터 20년 동안 갖고, 이후 20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에 강경하게 반대하며 거리 행진과 도로 농성 등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달 26일과 지난 1일에도 콜론주와 치리키주에서 시위 도중 차량에 치인 2명이 병원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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