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에 실망”… 아들 무리한 등판 독 됐나, 정당부터 가족까지 ‘역풍’

허경주 2023. 11. 9. 1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내년 2월 14일)를 약 100일 앞둔 지난 7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은 이랬다.

조코위 대통령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솔로시장의 부통령 출마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3선 출마가 불가능한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법까지 바꿔 가며 아들을 내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하자 시민들이 반감을 가졌다"고 해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법 동원 출마에 부정적 의견 커져
여론조사서 처음으로 라이벌에 밀려
"2030에서 여전히 인기 많은 점 변수"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그린드라당 대통령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부통령 후보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솔로시장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자카르타=허경주 특파원

“나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권력만을 탐내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법까지 동원해 아들을 부통령으로 만들려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싱크탱크 직원 A씨·33)

“대통령 아들이라는 ‘운’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기브란은 2년 전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 솔로시) 시장이 된 이후 수장으로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게 거의 없다.”(언론사 기자 B씨·41)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내년 2월 14일)를 약 100일 앞둔 지난 7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만난 시민들의 말은 이랬다. 조코위 대통령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6) 솔로시장의 부통령 출마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정치인으로서의 성과에 대한 의문은 물론, 혈육을 앞세워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심지어 그를 영입한 정당과 ‘변칙 출마’에 동원된 가족마저 역풍을 맞으면서, 조코위 아들의 등판은 안팎으로 독이 되는 분위기다.


시민 절반 “조코위 아들, 부통령 출마 부적절”

지난달 인도네시아 그린드라당 대선 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현 국방장관은 조코위 대통령 장남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소탈하고 개혁적인 행보로 퇴임을 앞둔 시점까지 86% 지지율을 보이는 만큼, 그의 아들을 앞세워 후광을 흡수하려는 복안이었다.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그린드라당 지역 사무실 앞에 당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부통령 후보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솔로시장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자카르타=허경주 특파원

그러나 예측과 달리 민심은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9일 인도네시아 여론조사기관 차르타 폴리티카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프라보워 후보와 기브란의 지지율은 34.7%로, 투쟁민주당(PDI-P) 후보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 팀(36.8%)에 뒤졌다.

올해 들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후보는 줄곧 2%포인트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간자르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기브란을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뒤 처음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선두를 빼앗긴 것이다.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3선 출마가 불가능한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법까지 바꿔 가며 아들을 내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하자 시민들이 반감을 가졌다”고 해석했다. 실제 이번 설문 조사에서 절반(48.9%)가량은 ‘기브란의 부통령 출마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60%)는 ‘인도네시아에는 정치 왕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구 2억7,000만 명의 인도네시아는 미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인데, 국민 상당수가 조코위 대통령의 권력 세습 시도를 ‘민주주의 위기’로 봤다는 의미다. 그의 차남 카에상 팡아릅(27)도 친정부 성향 야당인 인도네시아연대당의 대표다.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의 오토바이 행렬 옆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 인도네시아연대당 대표의 모습이 새겨진 광고판이 보인다. 자카르타=허경주 특파원

”논란에도 기브란은 슈퍼스타”

불똥은 가족으로까지 튀었다. 8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 윤리위원회는 안와르 우스만 헌재소장의 직위를 박탈하고, 향후 선거 관련 위헌 심판에 불참하도록 명령했다. 안와르 소장은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대통령과 부통령의 피선거권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한 선거법은 위헌”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 적용을 안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 소원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했다.

이 과정에서 안와르 소장이 심리에 직접 관여, 조카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하면서 36세이자 현직 시장인 기브란이 부통령 출마 자격을 얻게 됐다. 헌재 윤리위의 이번 결정은 이 같은 행위가 이해상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부정적 여론과 악재가 겹치면 프라보워 후보 측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결과를 예단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층에선 여전히 조코위 대통령은 물론, 아들의 인기가 적지 않다. 한 말레이시아 매체의 인도네시아 특파원은 한국일보에 “기브란은 젊고 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20, 30대 사이에서 슈퍼스타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MZ(1981~2012년 출생) 인구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만큼, 청년들 표심이 변수”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