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통과, 윤 대통령은 대법·국회 결정 존중하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철회하고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 활동을 봉쇄·무력화하지 못하게 하고 ‘진짜 사장’과의 교섭권을 확대한 노란봉투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대법원은 앞서 무차별적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부 판단과 입법부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제정 작업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액 47억원이 청구되자 2014년 시민들이 자발적 모금운동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면서 시급한 입법 과제로 부각됐다. 그러나 재계는 물론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원청 사용자까지 인정토록 해 갈등을 양산하고, 재산권을 침해하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일자리를 없애고, 기존 사업장을 해외로 내쫓게 된다는 겁박도 했다.
이런 논리는 지난 6월 대법원 판결로 허물어졌다.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파업 참가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에 대해 대법원은 개별 노동자에게 책임을 씌우면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킨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26일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과정에 위법성이 없다고 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절차적 정당성을 사법부가 뒷받침한 것이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감당할 수 없는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노동자들의 절망과 고통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된다. 나아가 노란봉투법 입법은 노동권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이 여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야당 주도로 처리된 것은 유감이다. 특히 여권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윤 대통령은 사회 갈등의 중재자여야 하지만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노조를 적대시했다. 여당은 야당과 대화할 생각은커녕,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야당 지도부의 제안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에는 사법부·국회 결정을 존중해 노란봉투법을 수용하고, 협의·절충할 부분은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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